[추석특집/나들이 명소] 전통주 향기 흠뻑 취하는 '그 곳' 가볼까

충주에 4대째 빚는 청명주, 해남에 임금이 마시던 진양주 등

진한 맛만큼 역사도 깊어

팔당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기도 광주의 전경.

영주 가흥동의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

남한산성 소주

충주 청명주

해남 진양주

경북 영주 오정주

추석 차례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차례상에는 주로 전통주를 올리는데 우리나라에는 고장마다 사랑을 받아 온 전통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중원 청명주' (충북 충주), '소백산 오정주'(경북 영주), '순곡 증류주, 남한산성소주'(경기 광주), '해남 진양주'(전남 해남) 등이다. 추석을 맞아 이들을 빚고 오늘날까지 전해 온 전통 명주의 고향을 찾아 가 보았다.

◇청명주 (충북 충주시 가금면)

'청명주'는 음력 3월 청명에 마시는 절기주로, 조선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것을 1986년 가금면 창동에서 누대에 걸쳐 터를 닦고 살아온 김영기옹이 집안에 전하는 '향전록'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 김영섭씨가 4대째 술을 빚고 있다. 청명주는 찹쌀과 밀 누룩으로 만들며 과일 향이 풍기는 깊은 곡주 향과 맑은 황금빛이 특징이다.

충주에 가면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서 와인ㆍ맥주ㆍ브랜디 등 세계의 술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충주 행복숲체험원에서 삼림욕하며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예그린 팜에서 직접 수확한 옥수수로 팝콘을 만들어 먹고 성마루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좋다. ▦문의:충주시청 관광과 043)850-6713

◇과학으로 발전시킨 오정주(경북 영주시)

480여년 전 반남 박씨들이 터전을 잡은 경북 영주의 귀내마을에는 오랜 세월 빚어온 '오정주'가 전해진다. 솔잎ㆍ구기자ㆍ천문동ㆍ백출ㆍ황정 등 몸의 기운을 북돋우는 한약재가 들어가는 오정주를 계승하고 상품화한 사람은 '소백산 오정주'의 박찬정 대표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오정주 빚기를 계량화하고 고서를 찾아 고증하고 발효공학을 공부해 그가 완성한 술은 청주가 아닌 소주다.

이 곳에 가면 영주의 대표 관광지인 소수서원을 지나 부석사 가는 길에 영주사과의 달콤한 맛이 가미된 애플파이의 아삭한 맛을 볼 수 있는 쉼터 '애플빈커피'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보물 221호)과 무섬마을(중요민속문화재 278호)도 영주의 볼거리다. ▦문의:영주시청 관광산업과 [phone]

◇400년 된 남한산성 소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경기도 광주에는 조선 선조 때부터 빚어 먹었다는 '남한산성 소주'가 400년째 이어져 내려온다. 남한산성 소주의 맛과 향을 재현하여 세상에 내보낸 강석필옹은 1994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3호(남한산성 소주 제조기능)로 지정됐다. 지금은 아들 강환구씨가 3대째 전통을 잇고 있다. 알코올 도수 40도의 증류주인 남한산성 소주에는 쌀ㆍ누룩ㆍ물 이외에 조청이 들어간다. 조청이 독특한 맛과 그윽한 향을 더하고 저장성도 높인다. 광주 여행은 남한산성과 경기도자박물관, 분원백자자료관, 영은미술관, 팔당호까지 연계해 코스를 짜면 좋다. ▦문의:광주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 관광예술팀 [phone]

◇조선의 왕들이 마시던 술, 진양주 (전남 해남군)

해남 진양주는 조선의 임금이 마시던 술이다. 구중궁궐에서 마시던 술이 해남의 가양주가 된 사연은 특별하다. 조선 헌종 때 술을 빚던 궁녀 최씨가 궁에서 나간 뒤 사간 벼슬을 지낸 김권의 후실로 들어갔고, 최씨에게 술 빚는 법을 배운 김권의 손녀가 해남의 장흥 임씨 집안으로 시집가면서 그 맥이 이어졌다. 2011년 프랑스 OECD 회의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만찬주로 선정되었을 만큼 그 맛이 빼어나다. 순수하게 찹쌀과 누룩으로 빚었지만, 꿀을 섞은 듯 달콤하고 부드럽다. 남도 여행의 1번지로 꼽히는 해남에서는 서산대사의 의발이 전해지는 천년 고찰 대흥사를 둘러보고 케이블카로 두륜산 정상에 오르면 해남의 들녘과 바다가 품에 안긴다. ▦문의:해남군 관광안내소 [phone]

◇만강에 비친 달(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는 '동몽'과 '만강에 비친 달'을 빚는 '전통주조 예술'의 양온소가 있다. 전통주란 넓은 의미에서 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빚은 술인데, 예술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란 쌀을 주원료로 하고 전통 누룩을 발효제로 옹기에서 발효한 것이다. 양온소라는 이름 또한 고려 시대 술을 빚는 관공서(양온서)에서 따온 것이다. 전통 누룩과 홍천에서 나는 찹쌀, 단호박으로 빚은 동몽은 알코올 도수 17%의 약주다. 같은 재료로 빚는 만강에 비친 달은 알코올 도수 10%의 탁주다. 두 술 모두 '맛있는 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전통주의 맛과 함께 돌아보는 홍천의 여행지는 고찰 수타사, 들꽃이 아름다운 수타사 생태숲, 아이들의 놀이터 홍천생명건강과학관 등이 있다. ▦문의:홍천군청 관광레저과 [phon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