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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명분 없는 중간광고 허용

지난 10여년간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으로 갈렸던 지상파TV 중간광고가 지난 2일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용 의결됐다. 오랜 기간 동안 방송계의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결정된 후에 나타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 이번 지상파TV 중간광고 허용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지상파TV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점과 ‘이의 공론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상파TV, 특히 KBS가 중간광고 허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공영방송의 모델 국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ㆍ민영 이원론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이런 차원에서 민영방송에 대해 중간광고가 허용될지라도 공영방송이 중간광고를 허용해달라고 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오히려 이를 주장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여기에다가 공영도, 민영도 아닌 모습으로 필요에 따라 얼굴색을 바꾸는 MBC의 사례를 꺼내면 지상파TV의 중간광고 욕심은 정말 염치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당장 SBS에만 중간광고를 허용할 수도 없다. 지난 2006년 5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SBS가 중간광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중간에까지 광고를 배치해야 할 만큼 매체 수요가 많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암묵적 동의도 정당한 것이 못 된다. 방송위가 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한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는 지상파TV의 디지털방송 전환 비용 문제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새로운 투자를 계획했다면 미리부터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그리고 MBCㆍSBS처럼 과거에 비해 수익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년 300억~4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민영방송사의 디지털 전환 비용까지 왜 방송위가 고민해야 하는가. 민영방송사에만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보자.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광고 자체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중간광고는 일체 금지하는 대신 민영방송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조건부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지난해 말 기준 독일 텔레비전 광고점유율(20%)이 일간신문 점유율(22%)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한국 광고시장에서 지상파TVㆍ신문ㆍ케이블TV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2006년의 경우 28.6대22.3대8.8(%)로 지상파가 여전히 높다. 여기에다가 신문의 시장점유율 감소 폭은 지상파의 감소 폭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또 지상파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지만 그 원인이 광고제도 자체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이번 중간광고 허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결정 과정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한국적 공론구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던져놓고 반응을 테스트한 다음 이해당사자들 간의 싸움판이 만들어지면 그 틈을 타 슬쩍 계획대로 가버리는 모양이다. 중간광고 허용은 단순히 특정 매체의 광고시장 점유율이 어느 정도 변화하느냐 하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광고제도의 허용은 기존의 방송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문제가 있을 경우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해결 방안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다방면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돼야 하고 정책 결정자들의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혜안(慧眼)이 작용해야 한다. 중간광고를 비롯한 방송제도 수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논쟁은 문제의 본질을 가린다는 점에서 소모적이다. 또 추상적 수준의 ‘시청자 주권 침해’나 ‘오락화ㆍ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지나칠 경우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 중간광고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합리적 의사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合意)가 전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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