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드라마라면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것이 요즘은 왜곡논란이다. 논란이 커지면 '팩션'임을 강조하며 드라마라는 허구 뒤에 숨기 일쑤다. 그럼에도 팩션이 주는 재미로 인해 '기황후'와 같은 작품은 시청률이 약 20%가 나올 정도로 인기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첫 방송된 KBS 1TV의 대하 드라마 '정도전(사진)'이 '정통'사극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정도전'이 시선을 끄는 대목은 역사적 고증에 기초한 정통 사극이라는 점이다. '정도전'은 고려말과 조선건국까지의 과정을 재현하기 위해 역사전공 석박사로 자문단을 꾸렸으며, 역사학자 이덕일을 초청해 당시의 토지제도와 성리학 등에 관한 강의까지 받았다.
정현민 작가는 고려사를 기록한 역사서 '세가(世家)''지(志)' 등 원전과 등장인물의 전기를 모두 찾아 읽었다.
제작진의 이러한 노력 덕에 팩트에 기초한 줄거리가 만들어 졌으며 정도전, 이성계, 정몽주, 이인임 등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실감나게 묘사됐다. 성균관의 학관이던 정도전이 '서경'의 '무일편(無逸篇)'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을 밭으로 데리고 와 "노동의 고통을 모르고 무일을 모른다면 머릿속에 똥만 가득 찬 밥버러지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가르치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또 정몽주와 정도전이 조선건국을 두고 의견이 대립되기 전까지는 절친한 사이였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려줌으로 해서 조선건국사의 복잡 다난한 사정을 풀어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역사적 고증에 충실해 그 동안 사극에서 오류가 있었던 칼 패용법, 갓 모양 등을 바로잡아 연출했다.
한편 정통 사극을 표방한 드라마 '정도전'에 대한 기대로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정도전'이 얼마나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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