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신설한 가계부채연구센터가 가계 부채 해부에 나선다. 단순히 총량이나 부채 증가 속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득별·지역별 등 다양한 기준에 따른 부채 추이를 세세하게 분석해 현실에 맞는 가계 부채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22일 서울시 중구 금융연구원에서 만난 임진(사진)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센터가 할 일에 대한 질문에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데이터를 고문하면 데이터가 자백할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1,000조원이 넘었다, 1,100조원을 넘었다면서 총량을 문제 삼지만 제대로 된 가계 부채 해법을 찾으려면 면밀한 분석을 통해 다중채무자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역별·소득별·직업별 부채 추이는 어떠한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거시경제연구실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 박사는 16일 금융연 내에 새로 설치된 가계부채연구센터장에 임명됐다. 센터 설립을 주도한 것은 3월 취임한 신성환 원장이다. 신 원장은 평소 "금융연이 가계 부채를 연구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고 말하며 가계 부채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으며 이번 센터 설립은 물론 참여 연구원 모집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센터장은 "가계 빚이 많이 늘어 걱정이라고 하는데 금융이 발달하면 할수록 부채의 양은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것은 부채의 질이며 이를 판단하려면 소득별, 학력별, 다중채무 여부에 따른 부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미시 분석을 할 때는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민간 연구기관으로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인 한국은행의 경우 금융안전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일부 다루기는 하지만 1년에 두 번밖에 나오지 않고 분량도 몇 페이지 되지 않아 연구자들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2013년 금융위원회의 요청으로 연구원 내에서 가계부채 미시분석전담팀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금리나 집값 변동 등에 따른 가계 부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며 "그때는 금융위의 협조를 받아 개인정보를 제외한 대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공공기관의 협조를 얻어 데이터를 얻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재 가계 부채 상태에 대해 그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임 센터장은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금리 인상에 따른 쇼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1년간 금리가 1% 이상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정도의 변동이라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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