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구름이 다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뒤덮기 시작했다.
독일ㆍ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로 경기둔화가 확산되며 유로존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탈리아 총선에서 막판 혼전이 예상되고 스페인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정치불안도 커지고 있다. 은행 시스템도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유럽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2일 발간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쳐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에는 0.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를 하향한 것이다. 올해 실업률도 전년 대비 0.8%포인트 늘어난 12.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U 집행위는 특히 유로존 2대 경제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0.4%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0.5%, 0.1%로 제시했다.
유로존에 대한 우울한 전망은 유럽 은행권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2월 실시한 2차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은행권에 공급한 5,250억유로 가운데 다음주 조기 상환될 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611억유로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은행들은 1,300억유로 이상을 상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25일까지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이 막판까지 혼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유로존에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탈리아에서 24일부터 진행 중인 총선은 투표일 직전까지 부동표가 20%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돼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라보방크의 채권 애널리스트인 린 그레이엄 테일러는 "유럽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2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장중 유로당 1.3145달러까지 하락하며 1월10일 이후 6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스페인에서는 23일 정부의 긴축정책과 잇단 부패추문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유로존의 불안한 경제상황을 보여줬다. 수도 마드리드를 포함해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ㆍ세비야 등 전국 80여개 도시에 집결한 시위대는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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