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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들 부럽지만 마음은 뿌듯해요"

최장 9일간의 추석연휴가 시작돼 이미 고향을 찾거나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도로, 철도, 여객선 등 귀성객들을 실어 나르거나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등 직업 특성상 평소 보다 연휴 때 오히려 더 바쁜 사람들도 많다. 19일 서울역에서 만난 KTX 기장 이승열(51)씨는 “철도에 근무한지 33년 됐는데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해마다 명절 때가 가장 바빴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그래도 내가 열심히 일을 해야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은 없다. 고향에 모여 즐겁게 지내는 이웃들이 부럽긴 하지만 귀성객들이 고향 가는 길을 내가 모셔다 드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서울영업소에 근무하는 오화자(46)씨도 이번 추석에는 3일간 좁은 요금소에서 요금 징수 업무를 담당해야 하지만 고향 가는 분들의 밝은 얼굴을 보면 전혀 피곤하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오씨는 “시댁과 친정이 인천, 서울이라 고향이 먼 직원들을 대신해 연휴 내내 근무를 하게 됐지만 일을 하면서도 며느리, 딸, 엄마의 역할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다. 군산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을 맞이하는 김현(48) 운항관리부 실장은 “요즘은 섬에서 역 귀성을 하는 사람이 많아 전보다 명절 이용객은 줄었지만 아침 6시 무렵에 나와 마지막 배가 들어오는 저녁 7시 이후까지 근무하는 것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9년간 일해서 이젠 생활이 됐다”는 김 실장은 “여러 일터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명절에 며칠 일하는 게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휴가 끝나는 대로 목포에 부모님과 서울에 가족들을 차례로 찾을 계획이다. 고향이 아닌 해외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 추석당일 근무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서비스지점 장유성 사원(29)은 "가족들과 함께 해외로 가는 승객들의 상기된 얼굴을 보면서 내가 그 여행에 일조하는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낀다”며 “새벽부터 근무가 잡혀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못 지내지만 환하게 웃는 승객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관도 연휴 대목을 맞기 위해 비상근무체제다. 시댁이 부산인 CGV불광지점에 석경숙 점장은 “전에는 여성 휴일 지원 근무자가 드물었지만 요즘은 여성이라고 휴일에 빠지는 분위기가 아니다. 명절에 시댁과 친정에 못 가는 대신 1, 2주 전에 미리 다녀온다”고 설명했다. 석 점장은 “시댁에서 오히려 극장에 손님이 없다는 뉴스를 보면 장사가 안 돼 어떡하냐고 걱정해주실 정도”라며 “손님만 많으면 휴일에 일해도 좋다”고 말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 현장에서 외화 획득과 국위 선양에 한창인 사람들도 있다. 열사(熱沙)의 땅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그린디젤프로젝트 현장 소장인 조성철 GS건설 부장은 공정이 막바지라 쉬기는커녕 명절 분위기를 느낄 새도 없다. “추석 당일에도 조촐하게 차린 차례상에 절만 올리고 바로 현장으로 뛰어가야 할 것 같다”는 그의 말에는 아쉬움보다는 애국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난 10년간 해외 현장에 있어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그는 “집안에 대소사가 있어도 멀리 있다는 핑계로 제대로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 프로젝트 마무리하고 가족들과 건강하게 만나고 싶다”며 가족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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