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대출을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전략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근본처방은 못되나 대출의 질을 개선하는 데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한 책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국민들의 등을 떠밀었다.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준다는 이유로 LTV와 DTI 완화를 내년 7월까지 연장하고 전셋값이 치솟을 때는 "이 기회에 매매로 돌아서라"고도 했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1.5%까지 내렸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까지 불어난 데는 주택담보대출을 부채질한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정부가 이제 와 원금을 나눠 갚으라 하니 국민을 상대로 냉탕온탕 정책을 실험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대책이 몰고 올지 모를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은 시급히 마련해야 할 숙제다. 고소득층의 경우 이미 상당수가 원리금 분할상환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일반인들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경기침체에 피폐해진 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가 친 사고의 책임을 모조리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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