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고려항공 여객기 6대에 대한 자국 영공 운항정지 명령을 내렸다. 노후해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안전 때문에 여객기의 발이 묶인 고려항공은 안전해질까. 그 반대다. 오히려 사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국제선에 투입할 기체가 3대로 줄어들어 운항 횟수가 많아지고 기체 피로도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운항정지 명령을 받은 북한 여객기들의 기령(機齡)은 27~37년.
△대한민국에도 늙은 비행기가 즐비하다.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는 공군 2호기는 1985년 제작된 보잉 737-300을 개조한 것이다. 기령 28년. 다른 나라에 비해 작고 낡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성능만큼은 여전하다. 관리가 잘된 덕분이다. 나이로 따지자면 이보다 더한 기체도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전용기로 1974년 도입된 영국제 호커시들리 Hs-748는 아직도 현역이다. 정비가 잘돼 원제작사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를 타진할 정도란다.
△한국군의 전투기와 수송기ㆍ헬리콥터도 기령 30년을 넘긴 기체가 많다. 팬텀전폭기는 44년째 영공을 지키고 있다. 물론 초기 도입분은 퇴역했지만 F-4E 팬텀 전폭기 중 가장 젊은 기체가 1978년 생산분이다. 기령 35년. 로급 전투기인 F-5 시리즈도 국내 면허 생산분을 제외하고는 팬텀보다 오래된 기체들이다. 미국도 비슷하다. B-52 전략폭격기의 최종 생산 기체는 1963년. 숱한 개량을 거쳐 현역을 지키고 있으나 기령으로 따지면 50년이 넘었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영화에서는 방치된 구형 비행기의 시동이 걸리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항공기의 수명은 엔진과 주요 부품에 대한 평시 점검과 정기적인 전면보수가 결정한다. 북한의 여객기가 운항정지 명령을 받았다면 관리가 제대로 안된 탓으로 볼 수 있다. 북한에서 현역 전투기로 사용하는 구형 미그 15ㆍ17ㆍ19 시리즈도 실제 가동 여부가 불분명하다. 군용기든 민항기든 비행기는 운용과 유지ㆍ보수ㆍ관리에 도입 가격과 맞먹는 비용이 들어간다. 경제가 튼실해야 하늘도 안전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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