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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3일] 씁쓸한 '알짜 회사' 에디스의 상장폐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업이었는데 다국적 기업에 넘어가게 돼 아쉬울 따름입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제약업체인 에스디의 상장폐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에스디는 지난 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다국적 기업 인버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에스디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시킬 뜻을 밝혔고 계획대로 이번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인버니스가 에스디를 인수한 이유는 '경쟁'보다는 '소유'를 택했기 때문이다. 신속 진단 시약을 만드는 에스디는 지난해 매출액 640억원, 영업이익 296억원을 올린 바이오 기업이다. 지난 2009년 기준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58.6%에 달했고 영업이익률 46.3%를 기록할 정도로 '알짜' 회사였다. 에스디가 만드는 에이즈ㆍ말라리아 등 120여종의 질병 신속 진단 시약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에 납품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였다. 이 같은 에스디의 놀라운 성장세에 시장 주도권을 위협받은 인버니스는 아예 에스디를 인수해버리는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이번 인수로 인버니스는 경쟁에서 자유로워졌고 에스디의 주주들은 인버니스가 프리미엄이 붙은 공개 매수가를 제시한 덕택에 높은 시세차익을 거뒀다. 여기까지만 보면 '윈윈'이다. 그러나 숨은 피해자가 있으니 바로 우리 일반인들이다. 먼저 업체 간 대결구도가 무너지며 진단시약 부문의 가격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더 비싼 값으로 질병 진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또 에스디가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했다면 세계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하나 늘어나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개 코스닥업체의 상장폐지라고 보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다. 합당한 인수합병(M&A)을 막을 근거는 없다. 하지만 국가나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잘 알아주고 더 높은 관심을 갖는다면 유망기업이 이처럼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신성장동력 기업 육성책 추진에 있어 이번 에스디 상장폐지가 주는 교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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