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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예술가 커플의 사랑과 질투·창조성

■사랑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대니얼 불런 지음, 책 읽는 수요일 펴냄)


"그를 한 인간으로서 사랑했지만, 나를 그의 곁에 붙잡아둔 것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의 장단점이 모두 보였다. 맑고 선명하며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했기에 수많은 모순된 헛소리를 말없이 참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1887~1986)가 남긴 말이다. 여기서의 '그'는 남편이자 '미국 근대사진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진작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1864~1946)를 가리킨다. 오키프의 말처럼 예술가를 인생의 동반자로 두는 것은 강한 매력과 묵묵한 인내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부부가 둘 다 예술가일 때는 예술적 성공과 개인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창조적 관계'가 요구된다.

책은 근대사를 대표하는 예술가 커플이 사랑과 질투, 이별을 겪으면서 어떤 예술적 영감을 주고 받았는지, 또 실제로 어떻게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는지를 들여다 봤다. 저자는 '문학적인 사랑'으로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독립적인 사랑'으로 스티글리츠와 오키프, '지적인 사랑'으로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성스러운 사랑'으로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악마적인 사랑'의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까지 5쌍을 다뤘다. 선정에는 '두 명 모두 성공한 예술가일 것''서로 자신 외의 연인을 두는 것을 용인하는 열린 관계일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다. 말이 좋아 '열린 관계'지, 이른바 불륜을 눈감아준다는 기묘한 결혼생활이라는 게 공통적이다.



이들 예술가가 남긴 편지, 일기, 작품 등을 기반으로 사랑과 창조성이라는 주제를 엮어낸 저자는 "그들은 예술만큼 사랑에서도 창조적이었다"며 "독특한 결혼생활이 요구한 대가에 놀라고 때론 낭패를 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고 창조성을 발휘했다"고 말한다. 남의 사랑을 훔쳐보는 짜릿함과 인문학적 만족감을 동시에 주는 책이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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