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28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먼저 핵을 동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논의하는 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불발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 대사는 "우리의 핵 억제력은 미국의 핵 위협과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흥정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핵 협상 타결과 관련해서는 "자주적인 핵 활동권을 인정받고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장기간 노력을 통해 이란이 이룬 성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의 실정은 이란하고는 완전히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주중 북한대사관의 외신기자회견은 지난해 1월29일 이후 1년6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 협상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압박이 커지자 이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6자회담 중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란 핵 협상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비핵화 압박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특히 6자회담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과 함께 공조체제를 구축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시기상으로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의 한중일 방문 시점에 기자회견을 연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중 4국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우리 정부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압박과 함께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황 본부장은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할수록 치러야 할 외교적·경제적 비용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또 "북한이 도발이 아닌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그러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북한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한미일 간 공조, 중국 및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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