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고] 투자활성화 묘약은 없는가
입력2004-08-09 18:27:22
수정
2004.08.09 18:27:22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국내 설비투자가 지난해 2ㆍ4분기 이후 4ㆍ4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경기가 나아지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부진의 원인을 경기침체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또한 총저축률이 총투자율을 초과하고 기업에는 과거에 비해 자금이 풍부해졌는데 이것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부진을 경기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투자활동의 위축은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보다 중요하게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의 투자부진 원인을 다섯 가지에서 짚어볼 수 있겠다.
첫째, 수출과 내수간의 연결고리가 약화됐다는 점이다. 수출이 고용효과나 경기에 대한 파급효과가 낮은 IT품목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잘되지만 그 영향이 소비 등 내수로 확산되지 않아 전반적인 경기가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출호조에 맞춰 투자를 확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둘째, 국내시장의 투자매력도 저하이다. 우리나라 단위노동비용은 대만ㆍ일본에 비해 높다. 또한 평균 공단분양가는 중국이나 말레이시아는 물론이고 선진국인 영국보다도 높다. 노사관계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투자를 위한 입지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내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 가운데 중국 등 해외 유망시장이 부상하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국내투자 대신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신(新)성장엔진 등 새로운 투자대상에 대해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홈네트워크, 차세대자동차, 바이오신약, 지능형 로봇 등 미래 한국을 이끌 10대 성장동력을 선정했으나 아직 대부분이 시장형성조차 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넷째, 투자자금 조달처인 금융기능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회사채 발행규모가 지난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기업들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줄어들었다. 금융기관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치중하면서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도 위축됐다. 은행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기 보다는 가계대출ㆍ국채 등 안전한 투자대상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투자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의 모험정신 약화이다.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 부실에 대한 주주나 사회로부터의 책임 추궁이 강화되면서 고위험ㆍ고수익 사업에 도전하려는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이 약화됐다.
그렇다면 투자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반도체ㆍLCDㆍ휴대폰 이후의 주력산업 확보를 위해 새로운 산업지도를 만들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다. 기존 주력산업들은 전반적인 과잉설비로 인해 이를 통한 투자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산업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과거의 기업 전략은 선진기술과 설비를 도입해 외형팽창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었으나 신산업 분야는 이러한 모방이 아니라 스스로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말이 있다. 벤처 등 신생기업의 경우 투자자금을 모으기 곤란한 동시에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고사(枯死) 확률이 높은 시기를 말한다. 신산업에도 원천기술 개발과 시장형성이 불확실해 사업화가 어려운 죽음의 계곡이 존재한다.
일본정부는 연구개발지원과 정부가 신산업 제품의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우리도 유망 신산업의 확보를 위해 민(民)ㆍ관(官)ㆍ금(金)의 공조체제가 필요하다. 정부는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필요한 고급인력을 육성하는 등 투자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금융기관도 이러한 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중개기능을 복원해야 할 것이다. 기술이나 기업에 대한 자체평가 기능을 강화하고 투자은행 기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미래 수종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