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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의회, 러시아 귀속 결의] 신냉전 시대 부활 vs 극적 봉합… '차르' 푸틴 손에 운명 달렸다

러시아제국 부흥 꿈꿀지 정치·경제적 안정 택할지

푸틴 18일 의회 연설 주목

서방국 경제제재 착수 속

동유럽 국가 반발 부담에 귀속 결정 내리긴 힘들듯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 결정으로 이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동·서구 신냉전의 전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갔다. 크림 병합을 통해 '제2의 러시아 부흥'이라는 정치적 야망을 구체화할 것인지 아니면 자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한 박자 쉬어갈 것인지 푸틴 대통령의 결정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려 있다. 일단 푸틴 대통령은 당분간 사태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유럽연합(EU)은 분리독립 투표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강도 높은 제재에 착수할 예정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는 이날 주민투표가 압도적으로 가결되자 수천 명의 주민들은 수도 심페로폴의 레닌광장에 쏟아져나와 "우리는 러시아인이며 이런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 지역의 친러 주민들의 비율(60%)을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 찬성률(잠정 95.5%)은 러시아 귀속으로 자신들의 경제적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폭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주민들의 이 같은 열망과 별개로 크림반도, 나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전체의 운명은 또다시 푸틴 대통령의 손에 쥐어졌다. 러시아는 크림을 끌어안을지를 놓고 오는 21일 하원 심의를 시작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다. 러시아 상·하원 의원들이 크림의 귀속 필요성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의회의 승인 결정은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마지막 남은 것은 대통령의 서명이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흑해 지역에 위치한 크림반도는 우리나라 강원도와 비슷한 크기(2만5,600㎢)에 불과하지만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극대화를 노리는 러시아에는 전략적 요충지 중 하나다. 또 크림반도 점령을 통해 옛 소비에트 출신 국가 중 가장 큰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체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냉전시대 러시아의 위상을 복원하려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여건을 크림반도가 갖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크림 병합이 실제 이뤄질 경우 도네츠크·하리코프 등 친러 성향이 짙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고 구소련의 영향권 아래 있던 동유럽 국가들도 강하게 반발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국·EU 등 서구권의 강력한 경제제재도 사실상 예고된 상태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정치·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크림에 대한 귀속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유보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서구권은 크림 주민들의 투표를 전후해 강력한 제재를 통한 러시아 고립을 천명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해 "미국과 국제사회는 (투표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크림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제재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했다.

러시아와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대러 경제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이던 EU 국가들도 17일 열린 외무장관회의에서 △비자 발급 금지 △자국 내 러시아 자산 동결 등 2차 경제제재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8개국(G8) 정상회의 대신 러시아를 뺀 G7 국가들이 런던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4월 예정된 독일·러시아 경제회담이 취소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조치는 EU로의 원유·천연가스 수출 중단 등 러시아의 보복조치를 불러와 글로벌 경제 전체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질 수 있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올 파장은 여전히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러시아의 크림 탈취에 맞서 전면전을 천명하는 등 군사충돌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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