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브라질 경제가 카니발·월드컵·대선 등 대형 이벤트 때문에 '잃어버린 1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휴일이 크게 늘어나 생산성이 떨어지고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로이터는 음력으로 계산되는 카니발이 내년에는 3월4일(현지시간)에 끝나 통상 크리스마스부터 카니발까지 이어지던 브라질인들의 여름휴가가 3월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카니발은 2월12일에 끝났다.
이에 브라질 국민 사이에서는 기업의 실질적인 회계연도가 3월에야 시작될 것이라는 말마저 나온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과 7월에는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브라질 기업들이 자국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업무를 중단하는데다 지난해 의회가 경기를 여는 12개 주에 자국·타국을 막론하고 경기가 있는 날에는 재량으로 공휴일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줬기 때문이다.
바이아주 소상공입연합의 파울로 모타 대표는 "올해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는 동안 살바도르시가 공휴일을 선포해 매출이 40%나 감소했다"며 "또 이런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월드컵 열기가 잠잠해질 때인 10월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로이터는 아직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투자를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페이스북에서는 '1~3월 카니발, 4월 포상휴가, 5~7월 월드컵, 10월 대선, 12월 포상휴가'라고 표시된 2014 브라질 달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내년 브라질 국민이 실제 업무를 보는 달은 8월과 9월·11월 등 단 3개월뿐이라는 블랙유머다.
그라두알인베스티멘토스의 앙드레 페르페이토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내년 2% 성장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 경제에 이는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또 브라질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주요 5개 취약국(F5·브라질, 남아공,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로 지목돼 해외발 경제혼란에도 휩싸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