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400여명이 근무 중인 1만8,000㎡ 규모의 새너제이 사옥을 6만3,000㎡ 규모의 10층짜리 쌍둥이 빌딩으로 재건축하기로 결정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시 의회는 이 같은 투자에 대한 보답으로 교통부담금 50% 감면과 장비 구입에 대한 세제혜택, 향후 10년 동안의 전기 및 수도 이용 관련 세제 혜택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삼성전자가 투자를 하는 데 대한 일종의 보답인 셈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하던 투자와 이에 대한 지원책 문제를 놓고 의회 내부에서 논쟁이 불거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78억원에 불과한 지원책을 놓고 시 의회 의원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모든 도시들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과 특정 기업에 대해 지원책을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애플의 텃밭인 새너제이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돕기 위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신선하게 들린다. 한국의 정치 사정과 비교할 때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 등은 실종 상태이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섹스 스캔들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정부는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전세계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며 외화를 벌어들일 때 방관자처럼 행동했다. 오로지 기업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기적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애플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새너제이의 시 정부도 삼성전자의 투자를 반기며 적극 도우려 하는데 국내 정치인들은 도대체 뭔가. 새너제이 시 정부와 의회 의원들의 절반이라도 닮기를 바라는 기대는 무리일까. 정치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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