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내일(11일)로 다가왔다. 요즘 어느 자리든 화제는 단연 총선거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펼치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막상 투표로 귀결되지 않고 기권으로 인해 그냥 허공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정치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막연한 담론이 아니라 분명한 투표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기권한다면 이미 그는 '무권자'일 뿐이다.
돌이켜보면, 서양의 민주주의 역사, 참정권 획득의 역사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오늘날과 같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동등한 주권은 오랫동안 시민들의 투쟁을 통해 쟁취된 권리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지난 1948년 헌법이 제정될 때부터 보통ㆍ평등선거가 명시됐다. 서구와 같은 험난한 과정 없이 주어진 권리라서 그런지 그 소중함과 무게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쉽다.
어느 정파의 유ㆍ불리를 떠나 투표율이 낮은 것은 걱정이다. 다양한 견해에 대한 다수의 답을 얻어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화합을 이루는 선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선거든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이번 선거는 입법부를 구성하는 선거이면서도 국가원수를 선출하는 대선을 바로 앞두고 있어 전반적으로 국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4년간 펼쳐질 정치, 국가의 정책, 나의 미래에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확실히 간을 맞추고 맛을 더하는 것은 당연히 주인인 유권자의 몫이다.
투표는 지혜로운 선택과 정확한 기표가 기본이다. 표를 줄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하기 전에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비싼 물품을 구입할 때 제품설명서를 살펴보는 것처럼 정당의 정책과 후보자의 공약도 꼼꼼히 비교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선거당일 업무 때문에 부재자 신고를 해 이미 투표했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선거일에 투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스케줄은 없다고 본다.
부디 정치인이 두려워하는 국민, 유권자가 되기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 현명하고 분명한 투표는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며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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