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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25일] 아파트 매매 예약제?

"집을 파시려거든 적어도 1년 전에 예약해야 할 것 같네요." 최근 기자와 만난 한 공인중개업자는 이 같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거래 한 건을 성사시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자료를 들여다보면 서울 강북 지역이나 수도권 외곽에서는 수개월 동안 실거래 실적이 전무한 아파트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현장에 가면 집이 안 팔려 이사를 포기했다는 사람들의 아우성도 들린다. 아파트 시장에 재고가 급격히 쌓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 정부의 대출규제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기 시작해 올 1월에는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안정기'로 진단하고 있다. 가격변동률 등 각종 통계지표가 얌전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반가워할 만도 하다. 그러나 거래량이 급감해 가격도 차분한 현재의 시장은 '안정' 이 아니라 폭풍 전의 고요함일지도 모른다. 일단 신규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재고주택의 처분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건설사들은 입주민들에게 살던 집을 팔아주겠다는 희한한 마케팅까지 하고 있다. 올해도 수도권 곳곳에서 대규모 입주가 예정됐는데 잔금이 안 들어오면 건설사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입주가 늦어지면 주변 상권도 무너진다. 전세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 대신 전세를 택하고 투자 수요로 집을 사는 다주택자가 없어지면 당연히 전세 매물은 품귀 현상을 빚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세난은 서울 강남을 넘어 이제 수도권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MB 정부는 지금까지 신규ㆍ기존 주택에 대한 이원적 접근으로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왔다.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해 신규주택에는 각종 혜택을 주면서 기존주택은 대출규제를 통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모델은 언젠가는 고장이 나게 돼 있다. 재고주택과 신규주택은 톱니바퀴처럼 함께 굴러가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가 정상적인 거래시장 속에서의 안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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