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패가 현명한 선택과 전략적인 포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레이드 오프(Trade-Off)는 우리말로'선택과 포기'를 뜻하며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경험의 충실성(fidelity)과 편의성(convenience)을 어떻게 선택하고 포기하느냐로 판가름난다는 주장이다. 충실성이란 소비자가 체험하는 재화나 용역 서비스의 질, 즉 어떤 사물에 대한 총체적 경험을 일컫는다. 높은 충실성은 가장 좋고 가장 호감이 가고 가장 신나는 체험을 의미하므로 가격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편의성이란 제품의 획득 및 그 대가 지급의 용이성이란 뜻이다. 어떤 사물을 쉽게 획득할 수 있으면서 비용까지 싸다면 편의성의 힘은 커지게 된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충실성과 편의성 중 하나를 선택하고 포기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가령 야구장에 직접 갈지 아니면 TV로 경기를 볼지, 레스토랑에서 멋진 식사를 할지 아니면 맥도날드에서 패스트푸드를 먹을지, 직접 만날지 전화를 할지 등등… 이 같은 트레이드 오프 방식은 수많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의 열쇠가 된다. 클릭 한 번에 주문에서 배달까지 책임지는 최고의 편의성으로 전통의 미국 서점들을 제친 아마존, 최초의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유튜브, 일반 핸드백의 1,000여배가 넘는다는 비싼 가격에도 인기 있는 명품으로 자리잡은 에르메스 등은 높은 품질과 편의성 사이에서 현명한 양자택일을 한 성공사례들이다. 반면 충실성과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던 명품 코치백은 둘 다를 잃고 '맥도널드가 파는 명품'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명품 티파니가 1990년대 말 소비자 대상을 저소득층까지 확대하고자 은(銀) 장식 팔찌를 110달러에 팔기 시작하면서 회사 이미지가'10대들의 보석 상점'으로 추락하게 된 위기 사례 역시 무모한 선택이 부른 실패작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저자는 기업의 성공과 실패가 이처럼 충실성과 편의성에서 판가름나는 만큼 충실성이나 편의성 중 어느 한 부문의 고지를 점령하는 품목은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어중간하게 위치한 제품은 고객들의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어느 하나를 확실히 추구하는 선택이야말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충실성에 집중하고자 결정했다면 편의성에 연연하지 말고 반대로 편의성을 선택했다면 충실성은 과감히 버리라는 것.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플, 한때 최고 인기를 누렸으나 품질개선에 소홀한 결과 타개책조차 통하지 않고 있는 모토롤라, 명품 커피에서 편의점용 이미지로 전락한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충실성과 편의성이라는 양팔 저울에 균형을 유지하려다 고전하게 된 사례다. 그러나 충실성과 편의성은 그대로 머무르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며 소비자들 역시 그들의 표준을 꾸준히 조정하거나 변화시킨다. 따라서 충실성이나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결국 또다시 도태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대중의 주목이라도 끌려면 이미 안전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기술이나 제품보다 10배의 충실성 혹은 편의성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지적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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