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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멈춰선 안되는 SOC투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이자 로마제국 초대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 그는 악티움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을 격파하며 삼두정치를 끝내고 로마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한 다른 장군처럼 그 역시 당당하게 로마의 개선문을 지난다. '아피아 가도(Via Appia)'는 그가 악티움해전에서 승리한 후 브린디시움을 거쳐 로마로 돌아올 때 이용한 길이다.

아피아가도는 기원전 312년 감찰관이었던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때 건설을 시작한 도로다. 로마와 그리스ㆍ이집트를 오가려면 반드시 이 도로를 거쳐야 하는, 로마제국을 주변과 연결하는 핵심 도로다. 길이 50㎞로, 폭이 8m에 달했던 이 도로는 바닥을 돌로 깐 포장도로이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가 실제 도로로 사용 중이다.

콜로세움ㆍ판테온 등 옛 영광을 보여주는 유적들은 많지만 아피아가도는 동서양에 걸쳐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의 번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아피아가도로 대표되는 로마제국의 도로는 사방으로 뻗어나가 있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로마가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경제적ㆍ정치적 의미 이전에 물리적으로도 세계는 로마를 중심으로 이 도로를 통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하는 필수시설

도로와 철도 등 '길'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불린다. 도로나 철도는 그 자체로 직접 이익을 내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기반시설이다. 일찍이 로마제국은 이 SOC의 중요성을 간파한 셈이다.

로마가 그랬듯 역사의 지배자들은 늘 길의 중요성에 주목해왔다. 실크로드는 한(漢)이 서역과 문물을 교류하며 번영을 누리는 통로가 됐으며, 미국의 서부 대개발은 지난 1869년 대륙횡단철도가 놓였기에 가능했다.

SOC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이는 뒤집어 보면 현재의 잣대로는 쓸데없는 과잉투자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발표된 1967년의 상황이 그랬다. 당시 야당은 "국가재정이 파탄날 것" "부자들의 유람로가 될 것"이라며 건설계획에 거센 반발을 나타냈다. 심지어 당시 세계은행조차 '한국의 교통량이 경부고속도로가 필요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을 정도다. 하지만 45년이 지난 지금 그 누구도 경부고속도로의 불용설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당시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야당의 반대는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잣대로 평가한 오류였던 것이다.



교통전문가인 기자의 지인은 가끔 얘기하곤 한다. "SOC는 반드시 수요가 공급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재화"라고. 길이 뚫릴 때에는 과연 저기에 길이 뚫려서 누가 이용할까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길이 없었을 때를 떠올리며 '이 길이 생겨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일부의 지적처럼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으로 애물덩어리가 된 SOC시설도 많다. 하루 종일 텅 빈 채 운행되고 있는 인천공항철도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올림픽 유치의 치적을 과시하는 한편 '동서화합'을 내세우며 건설한 88고속도로 역시 실패한 SOC 투자의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반론은 제기된다. 만약 88고속도로가 편도 1차선짜리 무늬만 고속도로가 아니라 처음부터 철저한 노선 검토를 거쳐 제대로 지어졌다면 지금의 평가는 또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4ㆍ11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의 화두는 '복지'였다. 그리고 이 같은 화두는 연말로 예정된 대선 정국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나라 곳간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예산 의결권을 가진 정치권이 복지 정책에 돈을 쏟아붓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어디선가 다른 예산은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가장 예산 삭감이 우려되는 분야가 바로 SOC다. 단순히 생각하면 당장 새로 도로나 철도를 착공하지 않더라도 국민들 피부에 와 닿을 리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SOC 예산은 '불요불급'하다는 이유로 늘 삭감 대상 1순위에 오르곤 한다. 그렇다 보니 최근 몇 년간은 대부분의 SOC 예산이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계속 사업에만 치우쳐 있다. 전국 곳곳에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사가 멈추거나 미뤄진 도로 건설 현장이 부지기수다.

눈앞의 이익보단 미래에 투자해야

도로나 철도 등을 왜 SOC시설이라고 부르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가장 확실한 복지는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일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계산하며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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