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는/반만 피가 도는 목련 한 그루와/잎끝이 뾰족뾰족한 오엽송,/잎을 잔뜩 오그린 모란 두어 그루,/꽃을 일찍 피워버려/이제 하릴없이 무성해진 라일락,/이런 여자들 몇이 산다' (내 속의 여자들 中)
나희덕 시인이 등단 26년 만에 첫 시선집을 엮어 냈다. 시들을 묶은 주제어는 '여성'이다. '내 속에 깃들어 살아온 수많은 여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지어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또한 같은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여자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마음으로' 첫 시선집을 묶었다는 것이 시인의 말이다.
책에는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그 무수한 길도/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라는 구절로 유명한 '푸른 밤'에서부터 2014년 미당문학상 수상작인 '심장을 켜는 사람' 등의 신작 시까지, 엄선된 총 60편의 시가 실렸다.
책의 더욱 특별한 점은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화가들의 회화도 함께 실렸다는 점이다. 지지 밀스, 카렌 달링, 엘리너 레이 등의 화가들이 영어로 번역된 시인의 시를 읽은 후 그 시에 어울릴 만한 작품들을 골라 보내줬다고 한다. 동시대 작가뿐 아니라 독일의 초기 표현주의 여류화가인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 핀란드의 헬레네 슈에르프백 등의 작품도 수록돼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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