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중국 국영 군수업체인 중국정밀기계수출입공사(CPMEIC)는 터키의 ‘장거리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사업 입찰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미국 록히드마틴사를 비롯해 러시아ㆍ이탈리아ㆍ프랑스 등 선진국 군수업체들과 맞붙어 거둔 성과다.
비록 경쟁업체들보다 훨씬 낮은 30억달러의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게 결정적 이유가 됐지만 터키의 이번 선택은 중국 군수산업에 획기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동안 소형무기 공급자로만 인식돼온 중국이 고부가 군수 수출국으로서 한 단계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중국이 글로벌 무기시장에서 신용도 높은 경쟁자로 거듭나기 위해 무기기술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는 물론 미국 등 서구 기업들과도 경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전투기와 미사일ㆍ군함 등을 포함한 중국 재래식 무기 수출규모는 2008~2012년 162%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영국을 제치고 전세계 5위 무기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2007년 당시 중국의 무기 수출규모는 8위에 머물렀었다.
중국 군수산업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경쟁력이다. 영국의 군사정보회사 IHS제인스의 가이 앤더슨 군수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장비는 가격이 싸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등 이머징마켓에서 인기가 더 높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주된 수출 대상국은 파키스탄(6억1,180만달러), 방글라데시(3억5,130만달러), 볼리비아(2억8,900만달러), 베네수엘라(2억7,950억달러) 등 신흥국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군수업계가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이 고부가ㆍ고품질 무기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선진 무기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산업이 드론(무인정찰기)을 포함한 전투기 분야다. 중국 최대 항공기 제작 그룹인 중국항공공업집단(AVIC)은 중국판 드론 수출품인 ‘이룽(翼龍)’을 지난해 선보였다. 이미 2011년 첫 수출을 한 이룽은 아프리카ㆍ아시아 등에 1대당 약 100만달러에 판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항공우주과학기술공사(CASTC) 역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공전시회에서 ‘CH-4’라는 이름의 신규 전투 드론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스텔스 기능(레이더 은폐)이 포함된 J-31과 파키스탄을 주요 고객으로 삼은 JF-17 등도 중국의 주력 수출품이다.
전문가들은 고급기술 부재 등으로 중국의 무기수출에는 한계가 있지만 이 역시 중국의 무기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최근 무기 관련 연구개발(R&D)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며 “ 서구의 경쟁자들을 중장기적으로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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