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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구안을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여름이다. 그 해 7월 한국 출시에 앞서 폭스바겐코리아가 독일 현지에서 국내 언론에 티구안의 성능을 미리 선보였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티구안은 타이거(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로, 강력한 힘과 민첩함을 동시에 갖췄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2세대 티구안은 1세대 모델에 비해 드라이빙 성능은 한층 다이내믹해졌고 편의사항도 대거 추가됐다.
일단 외관은 다부진 인상을 주면서도 화려하거나 튀지 않는다. 폭스바겐 SUV의 큰형 격인 투아렉과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전면의 LED 램프나 차량 옆면의 굴곡, 후면의 L자 모양 후미등이 마치 투아렉을 축소해 놓은 모습이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의 두개의 크롬 라인은 최근 나오는 골프와 일치한다. 심볼마크가 없더라도 폭스바겐의 차량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돋보인다.
인테리어의 큰 변화는 없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에서 기어박스까지 이어지는 배열은 다른 폭스바겐 모델과 유사하다. 신형 티구안의 매력 중 하나는 파노라마식 슬라이딩 전동 선루프다. 기존 티구안에 비해 3배 가량으로 개방감이 뛰어나다.
뒷좌석 활용성도 뛰어나다. 6대 4 분할 폴딩 방식이고, 앞뒤로 160㎜ 이동이 가능하다. 각도 조절까지 가능해 장거리 이동에도 불편함이 덜하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를 기본으로 해서인지 동급 차량에 비해 넓지 않은 편이다. 대신 바닥 수납공간이 잘 갖춰져 있다.
운전석에 올랐다. 시트 포지션이 예상 외로 높다. 여성 운전자들에게는 넓은 시야각을 줄 수도 있지만 평범한 성인 남성이라면 낮추는 편이 안정감을 줄 것 같다. 엔진은 2.0리터 직렬 4기통 TDI(직분사 터보 디젤).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32.6㎏ㆍm의 6세대 골프와 동일하다.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와 결합하고 스타트&스톱 기능, 에너지 회생 시스템 등을 더해 연비는 무려 18.1㎞/ℓ에 이른다. 기존 티구안의 15.0㎞/ℓ보다 20% 이상 개선됐다.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아보니 저속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의 울컥함이 예상보다 컸다. 예민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후 속도를 높일 때는 변속감이 거의 없고, 풍절음이나 엔진음도 크지 않아 운전에만 집중이 가능했다. 차체의 높이에서 오는 불안감은 안락한 서스펜션으로 상쇄된다.
시승 중 피로감지기능은 사용해보지 못했으나 최초 15분 동안의 운전 습성을 기억했다가 그 패턴이 심하게 벗어나면 경고해주는 시스템이다. 이전 티구안이 국내 수입차 중 가장 처음으로 도입했던 주차 보조장치인 파크 어시스트 기능은 일렬 주차 외에 T자 주차도 도와주고,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탈출 기능까지 더했다.
이 같은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춘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모델의 가격은 4,450만원으로,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내비게이션 등 일부 사양을 빼고 올 봄 출시될 컴포트 모델(3,790만원)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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