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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안하다고 말하라" 위안부 1000번째 절규

92년 시작 20년간 수요집회<br>피해자 234명 중 63명만 생존<br>1000여명 참석 평화비 제막식도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 몸을 씻는 것, 돌아다니는 것, 의사에게 진찰 받는 것, 도망가는 것, 아기를 지키는 것,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우리의 이야기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죽기 전에 말하라, 일본 정부여! 위안부 여성들에게 미안하다고. 나에게 말하라. 나에게, 나에게, 나에게! 말하라. 미안하다고 말하라. 미안하다고." 서울 중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나직한 고백이 울려 퍼졌다. 사람으로 대접 받지 못했던 자신들의 과거가 젊은 세 여배우의 입을 통해 전해지자 그때까지 무덤덤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보던 5명의 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여배우가 낭송한 글은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쓴 미국의 극작가 이브 엔슬러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난 후 썼던 구절. 주름진 손으로 연신 닦아내려 했지만 눈물은 계속해서 볼 위로 흘러내렸다. 흐린 겨울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눈물도 말라버렸다'던 할머니들이 눈물을 떨구자 수요집회에 참석한 이들도 함께 흐느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하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지난 1992년 1월8일 시작한 수요집회가 14일 1,000회를 맞았다. 스무 해 동안 계속된 시위다.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4), 김복동(85), 박옥선(87), 김순옥(90), 강일출(83) 할머니와 뜻을 같이하려는 1,000여명(경찰 추산)의 사람이 몰렸다. 김복동 할머니는 무대에 올라 "이명박 대통령도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 잘못을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며 "일본 대사는 이 늙은이들이 다 죽기 전에 하루빨리 사죄하라"고 말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우울하다. 저 일본인들이 사죄하지 않는데 1,000회라고 해서 다를 것이 있겠느냐"며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줘서 다시는 우리나라에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평화비 제막식도 진행됐다.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씨가 고안한 평화비는 낮은 나무 걸상에 걸터앉은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이었다. 소녀는 어깨에 앉은 평화의 상징 새와 함께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그 소녀의 옆자리에 함께 앉아 1,000회를 기억하는 사진을 찍었다. 현재 우리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할머니는 234명이지만 63명만 생존해 있다. 1,000회를 하루 앞둔 13일 김요지(87) 할머니가 지병으로 별세했으며 올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는 총 16명이다. 이날 집회에는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정봉주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도 모습을 보였다. 배우 김여진ㆍ이지아ㆍ정영주씨도 짧은 극을 통해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탤런트 권해효씨는 사회를 맡았다. 현해탄을 건너왔다는 일본인 야만바씨는 넓은 골판지에 붓을 놀리며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무궁화가 그리고 싶어졌다. 무궁화의 꽃잎이 떨어져 나비가 돼 날아가는 모습인데 할머니도 꽃처럼 훗날 나비가 돼 좋은 곳으로 가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그리는 무궁화 꽃은 사죄의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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