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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은 푸틴 "나 먼저 간다"

G20 기간 중 서방 정상들에 난타

공동선언문 발표 전 귀국길 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공동선언문이 발표되기도 전에 회의에 참석한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러시아 측은 바쁜 일정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회의기간 내내 서방국 정상들로부터 난타당한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호주 국영 ABC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3시15분께(현지시간) 전용기편으로 브리즈번공항을 떠났다. 푸틴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주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9시간, 거기서 또 모스크바까지 9시간을 비행해야 한다"며 "다음 일정을 위해 비행기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데 대해 토니 애벗 호주 총리에게 양해를 구했고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대통령궁도 "17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의 일정이 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방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집중 공격한 데 대한 화풀이로 조기 귀국했다는 해석도 많다. 전날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악수는 하겠지만 당신에게 할 말은 한가지뿐"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나가라"고 대놓고 면박을 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러시아는 갈림길에 서 있으며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추가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캐머런 총리는 회담 전날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언급하면서 러시아를 나치 독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애벗 총리도 럭비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의 충돌을 일컫는 '셔트 프런트(shirt front)'라는 호주식 표현을 쓰며 푸틴 대통령과 맞설 것을 다짐했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전 세계를 향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이 앞장서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애벗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3자회담을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유럽 정상들과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동했다.

회의기간 중 서방국가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앞서 15일 독일 제1공영 TV인 ARD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 차단은 서방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서방의 제재는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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