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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북한 건축물 통해 사회상·문화 엿보기

■ 북한 도시 읽기(임동우·라파엘 루나 지음, 담디 펴냄)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관은 '한반도 오감도'란 주제로 지난 100년 서로 다른 체제로 대립한 남북한의 역사와 건축의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서로 다른 이념 아래 걸어온 두 나라의 역사를 도시와 건축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다.

'북한 도시 읽기' 역시 건축·도시라는 물리적 유형으로 북한 사회를 분석한 독특한 책이다. 그동안 사회·경제·정치·역사·문화적 관점에서 북한을 조명한 사례는 많았지만, 도시라는 시각으로 바라본 적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접근부터 흥미롭다.

이 책은 '북한 도시에 관한 이미지', '사회주의 도시의 교훈' 등 19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정리한 북한과 북한 도시에 관한 보고서와 함께 북한 내 27개 도시와 8개 주요 도시, 70여개의 주요 건축물을 분석한 도면 및 다이어그램을 다수 소개한다. 북한의 지형, 도시, 건축물 분석을 통해 독자들은 북한 사회의 문화나 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한 건물에는 공장 건축 유형이 많은데, 이를 통해 생산시설을 중시하는 사회상을 유추할 수 있다. 남한에선 소비·근린 시설로 분류되는 공중목욕탕, 수영장, 미용실 등이 북한에서는 봉사시설로 분류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이 분류를 통해 북한이 대중을 대하는 관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북한의 시장경제 시스템 도입에 대비한 새로운 주거시스템 제안도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시장경제가 도입된다 해도 오랜 시간 북한의 생활 방식이던 '마이크로 디스트릭트(생산시설과 주거시설이 공존하는 소구역)'의 기본 개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화이트칼라 직종이 더 많이 생겨나고 주거시설과 맞붙어 있는 생산시설은 환영받지 못하기에 기존의 생산시설을 사무영역으로 대체하고 교육, 의료, 서비스, 상업 기능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각 소구역(도시)에 새로운 시대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되 독립적인 자생 단위로서 타 구역과의 공간 평등을 이루도록 새로운 마이크로 디스트릭트를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 전공자들이라면 진달래 식당, 라진 빵공장, 대동강 맥주집 등 북한 유명 건축물들의 설계도를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한글과 영어로 구성돼 있어 분량이 600페이지가 넘는다./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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