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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경 칼럼] 연하장 밀어내기와 우정 공무원

이옥경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연말연시다. 웬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성적이 된다. 불우한 이웃을 찾아보게 되고 해마다 평범한 날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래도 웬지모를 설레임을 갖게되는 크리스마스도 있다. 연하장은 연말연시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추억의 소품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은사님과 주변어른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잊지않았다는 기억만으로도 정겹고 정겨운 가슴을 전달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이메일에 치이고 카톡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지만 그 향수만큼은 참으로 진하게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서 보이는 아름다운 농촌의 목가적인 모습도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땀을 뻘뻘흐리면서 호흡이 멎을 정도의 땡볕의 지면열기를 참아가면서 농삿일을 하는 농부의 모습임을 알고 있다. 우리들 기억속에 거의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아직도 진한 커피향처럼 남아 있을 연하장의 사연들의 뒷면에는 우체국 공무원들의 말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구 체신청 지금의 우정사업본부는 연하장을 수요예측에 따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많은 양을 생산(?)해낸다. 그리고 판매를 우정사업본부의 공무원들에게 독려를 한다. 독려를 하다 판매가 되지 못한 연하장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구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연말연시의 바쁨으로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하기에 너무 많은 연하장은 공무원들의 장롱속에 있다가 나릇한 봄에 집안청소 할 때 긴 한숨과 함께 재활용쓰레기가 된다. 왜 이럴까? 민간기업과 마찬가지로 실적평가 즉 성과평가 항목에 연하장 판매금액이 포함되는 매출액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남양유업의 갑질이었던 대리점 밀어내기가 공직사회에서도 예외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자신들의 돈으로 생산이나 했지만 우정본부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연하장을 만드니 원가에 대해서 아깝다는 생각이나 드는지 모르겠다. 비싼 국가 예산을 들여 만든 연하장이 국민들의 손에 전해지지 않고 우체국 직원들의 장롱 속에서 고이 잠드는 이 현상은 근원적인 문제점의 껍데기일 뿐이다. 본질은 무엇인가?

공공성을 잃은 성과주의와 정치에 흔들리는 경영평가가 직접적인 본질이다. 이것이 잠자는 연하장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연하장을 사들여 장롱 속에 잠재우는 공무원은 바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효율적인 일에 내몰리는 것은 성과주의에 기초한 잘못된 경영평가 때문이다. 자신이 맡은 연하장 판매량을 채워야 하고 그 판매 성과가 업무에 대한 경영평가로 나타난다. 연하장 수 십 장 정도 사서 재우는 것은 말단 공무원에 대한 경영평가의 폭압을 피하는 것에 비하면 사소하다. 문제는 너무 많은 공무원들이 이런 비효율에 내몰린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경영평가와 같은 큰 조직의 정책에는 그 정도 사소한 폐단 정도는 따르기 마련이 아닌가? 경영평가 자체의 과정을 보면 이런 변명이 통하기 어려울 듯하다. 공무원 조직으로는 처음으로 경영평가라는 잣대로 성과를 관리하는 특별 조직인 우정사업본부는 해마다 그 기준을 바꾸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수뇌부의 상황에 맞게 그 기준을 바꾸는 것이 평가 정책의 핵심이 된지는 오래이다. 매년 바뀌는 경영평가 제도로 인해 조직의 공무원들은 지쳐가고 효율성과 성과는 물 건너 딴 나라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 본부 경영평가 제도처럼 매년 평가내용을 바꾸어야 하는 제도라면 어떤 이유에서라도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지 않는가.



대안이 없을까? 말 그대로 혁신적인 사고는 없을까? 공공성을 버려야만 효율성을 얻는 것일까? 성과평가라는 옷만이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일까? 진심에서 공공성으로 무장한 마인드는 창의적이지 못할까? 기업은 사회적 공헌이나 공공성에 대한 개념이 필요없는 것일까?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처럼 성과주의라는 말의 노예가 될 것이 아니라 진짜 성과주의를 하고 싶다. 국민들이 들여다봐도 “웃겼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당당한 성과지표였으면 좋겠다. 판매만 하는 조직과는 달리 공공성은 다양한 목표를 지니고 있고 이러한 공공적 기관에서 성과지표를 도출해 내는 과정 자체가 좋은 경영이자 훌륭한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작금의 행태는 연하장판매독려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병폐이다. 연하장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서 이처럼 공무원직원들에게 판매량을 강매하는 지극히 편하고 단순한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식들이 부모님의 필체를 고히 간직할 수 있도록 자식들이 보내는 연하장에 답장연하장이 있도록 한다던지 하는 더욱더 고민하고 고민하여 내놓는 상품일 때 소위 말하는 히트상품이 될 것이다.

따뜻한 감성의 12월이지만 분노가 치민다. 민간기업을 포함해서 정책결정자들은 쉽고 안전하게 일을 하는 것이 마치 조심스럽고 신중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일선이나 말단직에 있는 사원과 공무원들은 시킨대로 일하지만 무능력하고 창의롭지 못하다고 평가받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구조조정이나 경쟁으로 내몰리다보면 다른 사람을 해쳐서라도 자기만 살겠다는 방법이 말단의 사람들입에서 스스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스스로에게 나왔기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하고 검투장으로 내몰린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기대한다. 내 마음의 분노가 크리스마스 눈에 다 덮이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도 않고 기우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이 2014년 12월 어느 날 황당한 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이옥경 미래창조과학부공무원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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