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엘니뇨' 현상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전세계 농산물 및 원자재 가격이 최대 15%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선물시장에서도 이 같은 가격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기상예보관들은 태평양 수온 상승으로 올해 말까지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65%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바페스 세계은행(WB)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분기별 원자재 전망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농작물 등 원자재 값이 치솟는다"며 "올해 엘니뇨가 현실화한다면 전세계 식료품 물가도 최대 15%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곡물 수급을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물가불안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 지역은 지난 2008년 식품 가격 급등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진 경험도 있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이 농작물 작황에 미칠 영향은 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98년 엘니뇨에 따른 홍수와 가뭄으로 전세계가 입은 재산피해가 450억달러에 이른다"며 "2009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홍수를, 호주에는 심각한 가뭄을 안기면서 농작물 작황에 큰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원자재 선물 계약 건수가 급증했으며 자산관리자들 대부분이 주요 16개 원자재 선물시장 상승세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마이클 헤이그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원자재리서치 대표는 "엘니뇨가 온다면 니켈 등 원자재를 매수해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켈·아연·구리·커피·콩·카카오 등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원자재 중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니켈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이 최근 발표한 '엘니뇨원자재지수'를 보면 엘니뇨의 여파로 전세계 니켈 가격이 13.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에서 니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인도네시아에 엘니뇨로 가뭄이 발생하면 수력에 크게 의존하는 현지 니켈 채굴장비를 가동할 수 없다는 게 이유로 지적된다.
쌀·옥수수와 더불어 3대 주곡인 밀도 엘니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요 밀 생산국인 인도와 호주에 엘니뇨의 영향으로 가뭄이 발생하면 호주의 경우 수확량이 최대 15%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주요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과 함께 불안요소다.
커피의 경우 생산량이 가장 많은 브라질에 7~8월 폭우가 예상돼 심각한 작황 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선물거래소(ICE) 커피 원두 가격은 올 초 브라질에 나타난 가뭄의 영향으로 올해에만도 84%나 뛰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역시 엘니뇨가 발생하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서부아프리카에 가뭄이 발생해 수확량이 평균 2.4% 줄면서 가격은 평균 8.7% 오를 것으로 국제카카오협회가 전망했다.
반대로 엘니뇨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투자자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곡물이나 설탕 등은 영향을 받겠지만 엘니뇨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기후상황이 제자리를 찾으면 금세 원자재 가격은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엘 니뇨(El Nino)=스페인어로 남자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하는 말로 열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페루·브라질 등 남미지역에는 폭우가, 열대성 강우가 쏟아지던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뭄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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