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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大賞] 일반주거부문 대상, 빌라드 와이

고급 타운하우스에 아파트 평면 수놓아

분당신도시 구미동 불곡산 가는 길에 위치한 빌라드와이 전경과 평면도. 각 층 평면을 '슬라이딩'시켜 각 가구에게 외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경기도 광주시 걸쳐 있는 불곡산. 불곡산은 분당신도시 주민에게는 허파와도 같은 휴식처다. '빌라드와이'는 불곡산 자락 골안사로 가는 길목, 아홉개 성씨가 화목하게 살았다고 해서 이름 부쳐진 구미동에 위치해 있다.

빌라드와이는 타운하우스이긴 하지만, 타운하우스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통상 아파트는 동선을 최적화한 평면 때문에 편리하지만 답답하다. 반면 타운하우스는 고급주거 수요를 위해 독특한 개성을 갖지만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빌라드 와이의 설계의 시작은 아파트와 타운하우스의 결합이었다. 즉 타운하우스에 '아파트 평면'을 끌어들인 것이다. '고급'이라는 콘셉트에 함몰돼 평면을 외면했던 타운하우스에 '편의'라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콘셉트를 적용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가칭 '슬라이딩 시스템(Sliding System)'이다. 1층에 아파트와 같이 동선을 최적화한 평면을 넣고, 2층은 그 평면에서 한쪽을 밀어내 전체적인 모양을 변형시켰다. 그렇게 한쪽 평면을 밀어냄으로써 생긴 '데크(deck)'는 그대로 2층의 여유공간이 됐다.

3층은 2층의 평면에서 또다시 한쪽을 덜어내 4층으로 얹었다. 덜어낸 만큼이 3층의 테라스 공간이 되고, 4층에 얹혀진 다락방과 함께 복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살기가 편한 아파트 평면에다 타운하우스의 개성을 입힌 것이다.

동 배치계획도 독특하다. 보통 장방형의 대지에 들어서는 주거단지는 일자의 형태를 띤다. 그렇게 해야 대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빌라드와이는 사선으로 비틀려 있다. 단지가 도로에 접해있지만 건물을 비틀면서 정남향이 됐을 뿐 아니라, 도로에서도 멀어졌다. 입주민의 프라이버시도 좀 더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사선으로 틀면서 버려진 땅들은 1층 주거민에게 앞마당이나 뒤뜰이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단지 중앙의 길은 2~3m 파내 얕은 계곡을 만들었다. 그를 통해 1층 가구가 복층으로 사용하는 지하층에게 창문을 달수 있었다.

슬라이딩ㆍ사선ㆍ계곡 등을 통해 빌라드와이는 아파트 평면의 답답함을 극복한 타운하우스가 됐다. 그곳에서 분당의 하늘은 무척 가깝다.

겉모습보다 건축주·사용자 요구에 충실
설계자 오세왕 G.D.L건축사사무소 대표


"말하자면 '힘'을 많이 빼고 설계한 작품이어서 대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빌라드와이의 설계자인 오세왕 G.D.L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수상에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건축과 설계는 비정형적이면서 주변을 압도하는 풍광의 건물을 짓는 것이다. 보통의 건축학도도 그런 건물을 짓는 이른바 '작가주의'의 길을 가슴에 안고 꿈에 매진한다. 보통의 건축관련 수상 작품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작가주의'의 길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매몰되지도 않았다.

그는 "건축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는 건축주와 사용자의 요구에 충실한 건물을 설계해야 한다"며 "그렇기에 '힘'을 빼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에 아파트 평면을 도입한 빌라드와이는 그의 이 같은 생각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다.

주거 건축물에서 평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왔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사용자에게 맞지 않게 설계된 평면은 아파트라도 불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고민에서 빌라드하우스에 아파트 평면을 넣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슬라이딩'이라는 요소를 더해서 타운하우스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평면에 '슬라이딩'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사비도 증가하고, 배관의 문제도 있어서 건축주와 마찰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생각한 바를 실현하기 위해 건축주를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이때문에 과정이 힘들기도 했고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겉으로 보기엔 다 비슷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36가구의 평면은 모두 조금씩 다르다. 건축주의 요구에 충실하면서 본인의 철학의 투영하다 보니 그 만큼 작업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아파트처럼 내부는 편하고, 창문을 열고 나가면 하늘이 가까운 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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