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불필요한 쪽으로 돈 들어가 분양가가 자꾸 높아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택건설 업체의 아파트 마감재 고급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스웨덴을 방문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리의 경우 아파트가 너무 고급화돼 있어 불필요한 쪽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 분양 단가가 자꾸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스톡홀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수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날 토비아스 빌스트롬 법무부 이민정책담당 장관의 아파트를 방문했는데 에너지 절감형으로 검소하게 지어졌더라"고 언급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사려면 그(분양) 가격으로 살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건설 업체가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불필요한 고급 자재를 많이 써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서민들의 하소연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도 주택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면서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스웨덴의 친환경 녹색도시 함마르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마르비는 과거 산업 시설과 폐기물 매립장이 밀집했던 지역이었으나 지난 1998년부터 친환경 신도시 조성 사업을 통해 스톡홀름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을 위한 '베드타운(주거전용 지역)'으로 탈바꿈한 생태친화적 미래 도시를 말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마감재가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용인에서 아파트를 분양했던 H사의 경우 건물 골조와 외부미장ㆍ마감공사만 해 분양하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적용했지만 분양가 인하폭은 5.6~5.8%선에 그쳤다. 더욱이 입주자가 별도로 마감공사를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 인하폭은 거의 없다고 이 업체 측은 설명했다. H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 인테리어가 아파트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에 그친다"며 "조경 역시 단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건축비의 3%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예 마감이나 조경공사를 하지 않으면 모를까 고급 자재 대신 중ㆍ저가 자재를 써 얻는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도 분양가를 끌어내리기 힘든 요인이다. 마감재 수준을 낮출 경우 소비자의 민원은 물론 브랜드 인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 건설 업체인 A사는 분양가상한제 도입 당시 마감재 수준 을 낮춘 이른바 '서브 브랜드'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이 같은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서민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대한주택공사 역시 마감재 조정을 통한 분양가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마감재 부분에서 원가를 절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아마 호화 마감재를 앞세운 일부 고급 아파트의 분양가 부풀리기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땅값'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짓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땅값이 고분양가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토지보상체계 개선, 저렴한 주택용지의 원활한 공급 등에 정책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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