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당선자에게만 보고
분석 총괄자, 비밀의 문 해제
포괄적 4대 메가트렌드 제시
지난 2014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다양한 기념행사와 학술대회가 열렸다. 100년전인 1914년 8월을 전후해 영국·프랑스·러시아·독일·오스트리아·터키 등 전유럽 국가가 한꺼번에 전쟁에 돌입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점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이 그해 가을 안에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서로 자국이 이길 것이라는 가정이 달랐을 뿐, 단기전 전망은 똑같았다. 하지만 전쟁은 이후 5년을 끌었고 유럽전쟁터에서만 1,000만명 이상이 죽었다. 그리고 러시아혁명, 미국의 부상 등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던 유럽의 패권은 영원히 사라졌다.
100년이 지났지만 세상사는 원리는 똑같다.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예측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전쟁이 그런 소모전이 될줄 알았다면 그들이 전쟁을 시작했을까. 아마 많이 주저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핵전쟁은 모두에게 파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러시아(과거의 소련), 중국 등은 핵미사일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미래전망이 지금의 행동을 막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역습, 낯선 세상이 온다'가 다른 종류의 미래예측서와 다른 점은 그 자격에 있다. 부제에 나오는 '미국 대통령에게만 보고된 2030년 세계 대변혁 시나리오'라는 것처럼 이 책은 미국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4년에 한번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정치·경제·외교·안보·자원·기술 등의 거시적 동향과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였다. 책 첫장에 "이 책은 국가 비밀정보 누설을 막기 위해 미국 국가정보국(CIA)의 검토를 받았다"고 나와 있긴 하다.
미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CIA의 정보고문 및 분석국장을 거치는 등 가장 최근 NIC를 통해 발행된 보고서의 주요 정책 입안자이자 총괄자였다. 지난 2013년 28년동안 근무했던 CIA를 떠나 민간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로 옮기면서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묶었다. 전직 국가 정보요원이 내부 보고서를 일반에게 공개한 셈이다.
저자는 이책을 통해 세계 정치·경제 동향을 비롯해 인구문제, 과학기술, 국제분쟁, 테러리즘, 기후 변화 등 우리가 15년 뒤에 직면해야 할 세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그린다. 저자가 미래를 바꿔 놓을 '메가 트렌드(Mega Trend)'로 제시하는 것은 네가지다.
먼저 '개인의 권한 확대'에선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가 탄생시킨 강력한 비국가 단체나 개인이 정부 권력과 맞서며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국가 간 권력은 점차 분산되고 이동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 권력의 중심은 G7에서 G20로 넓어졌지만 이런 변화는 더 극적으로 일어나 2030년 무렵이면 아시아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미와 유럽을 능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생명공학과 로봇공학도 중요한 변화 요인이다. 로봇공학으로 인간의 한계가 없어지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맞춤 진료가 가능해지지만 윤리적 문제 제기도 거세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자원 전쟁은 새로운 일상이 된다.
'중진국의 문턱'에 걸린 중국의 미래, 과학의 진보와 규제가 산업계에 불러일으킬 긍정적·부정적 변화, 핵무기와 관련된 미래의 전쟁 가능성, 초강대국의 위치에서 밀려난 미국의 미래 등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꼽고 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상하는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격언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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