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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27일] 21세기 키워드 "정직"

역사적으로 식민 통치를 경험한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부정직'이라고 한다. 부당한 강압 정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식민지 국민들이 치러 낸 인고를 감안한다면 그리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인도ㆍ아프리카 등에서 아직도 부정부패가 만연한 까닭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배경에서 찾는다. 먼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 1930~1940년대 이 땅에 거주했던 외국인들이 남긴 저서를 읽어보면 고용인으로 부리게 된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외국 말이 "나는 훔치지 않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였다고 한다. 이들 중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한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우리 나라는 올 초를 기점으로 주요 서구 언론,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새로운 선진국(Newly Industrialized Country)'으로 분류되며 위상이 신흥국(industrializing country)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됐다. 중국ㆍ일본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 손색이 없게 된 셈이다. 새롭게 달라진 국제 질서하에서 선진국 전문가들은 '신 리더'들이 부상을 위해 가장 갖춰야 할 자질로 다름 아닌 '정직'을 들고 있다. 이는 일본ㆍ중국에 비해 우리가 못할 것도 없는 요소다. 서구 전문가들은 반세기 동안 별다른 정권교체도 없이 관료ㆍ기업ㆍ정치인이 똘똘 뭉쳐 전 노동자의 3분의1을 비정규직으로 격하시킨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식 민주주의'라 폄하(?)하며 이를 세계 1위가 될 수 없는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사회 중심부의 '정직' 문제가 새롭게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온갖 부정부패에 칼날을 겨눠야 할 국가 조직의 심부인 검찰이 '도덕적 해이'로 낱낱이 풀어헤쳐진 모습에 가뜩이나 위축된 민심이 갈 곳을 잃은 모습이다. 하지만 어둠이 깊을수록 아침이 가까이 오듯 이번 파문들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국가로서 우리가 선도해야 할 자질, '아시아 1위'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에게 자리 잡아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자못 분명하게 만들었다. 이번 파문이 우리 사회에 '정직'이라는 질서를 더 뿌리내리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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