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원상복귀하는 대신 주택 취득세를 감면하고 실수요자에 한해 DTI 한도를 예전보다 늘려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래에 오히려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보는 판단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강남3구의 경우 대출조건을 고정금리, 비거취식ㆍ분할상환으로 할 경우 DTI가 오히려 상향되는 효과가 생겼지만 이 지역 부동산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개포공인의 채은희 사장은 "10억원짜리 재건축 아파트를 거래하는 수요자들이 보통 20~30% 정도만 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소득수준도 꽤 높기 때문에 DTI가 몇 % 늘어난다고 해서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비거취식 대출은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투자자들이 활용하기 힘든 조건이고 실수요라 할지라도 고정금리로 가면 1.5% 정도 금리가 인상 되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수도권 전역 거래 둔화에 따른 강남권 주택거래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채 사장은 "다른 곳에서 집을 팔고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DTI 규제 부활로 기존 집이 팔리지 않으면 강남 수요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 달에 20여건 정도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DTI 규제완화 연장이 안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택경기 악화를 우려, 최근에는 일주일에 1~2건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워졌다. 신규 대단지 아파트와 재건축 예정 아파트가 혼재된 송파구 잠실동 시장에서도 이번 대책이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잠실동 두리공인 사장은 "고가 주택의 경우 취득세 인하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꼭 주택을 사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취득세 인하 때문에 집 살 생각도 없던 사람들이 집을 사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금융권을 중심으로는 이번 대책이 일부 거래 증진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지점장은 "의사ㆍ변호사 등 소득이 높은 전문직들의 경우 고정금리를 이용해서라도 대출을 더 받아 강남권 아파트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거래 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강북권에서는 대책 발표 이후 매도자들이 가격하락을 우려해 매물을 서둘러 내놓는 등 이번 대책의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중계동 플러스공인 사장은 "오늘 당장 그동안 매물이 없던 소형 아파트도 매도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우석공인 사장도 "놓아두면 더 떨어질 것으로 봐 집을 팔려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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