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피고인이 예금주로부터 자금 관리에 관한 동의나 위임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식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은행에 예금된 돈을 다른 통로로 대출해준 것은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VIP고객의 자산 관리를 맡으면서 알게 된 재일교포 강모씨 등에게 신임을 얻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684억여 원에 이르는 거액을 맡게 됐다.
정씨는 이 돈을 펀드 등에 투자하고 코스닥과 코스피 상장회사 등에 임의로 빌려주는가 하면, 고객 친인척 명의로 다수 계좌를 개설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돈을 사용했다. 이후 투자한 펀드에서 손실을 보고 대출해준 회사가 상장 폐지돼 돈을 떼이게 되자 은행 측은 고객 돈을 함부로 빼내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타인에게 대여해 횡령했다며 정씨를 고발했다.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본 강씨 등도 “정씨가 동의 없이 돈을 인출해 외부 회사에 대여하고 차명 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운용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에 대해 “고객 돈으로 입출금 거래를 한 것은 맞지만 자산 관리를 위해 개별적ㆍ포괄적 동의를 얻어 예금과 신탁, 펀드, 외환거래, 코스닥 상장사 등에 대한 자금대여 거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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