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휴대폰을 구입한 후 첫 달 요금청구서를 보고 A씨는 기가 찼다. A씨가 휴대폰을 구입한 날로부터 일주일 간의 요금 2,400원가량이 추가로 청구된 것이다. A 씨는 "주문자가 사용도 안 한 휴대폰 요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기자가 사실을 확인한 결과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이 TV홈쇼핑에서 '선 가입'형태로 휴대폰을 팔고 있는 것이 관행이었다. 선 가입이란 판매 방송을 한 날부터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간주해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휴대폰을 받은 뒤 직접 전원을 켜고 사용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요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사용 전 가입의사를 밝힌 순간부터 개통이 된다. 다시 말해 홈쇼핑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뒤 사용하기 전인 배송기간에도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이동통신사들이 선 가입 방식으로 홈쇼핑에서 휴대폰을 판매해 요금을 챙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통사들이 이를 알고서도 '쉬쉬'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는 데 있다. 이통사들은 요금 청구서를 꼼꼼히 따져 이를 확인한 고객에게는 요금을 환불해주고 그렇지 않은 고객의 요금은 고스란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A씨는 KT에 전화해 항의하자 2,400원의 요금을 돌려받았다. 그는 "'나처럼 항의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그냥 내버려둔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한마디로 우는 사람에게만 떡 하나 더 주는 식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통화한 한 이통사 관계자는 "휴대폰 가입 절차에 약간의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제보자 연락처를 주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한 달 동안 TV홈쇼핑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평균 2만대가 넘는다.
판매 절차가 적법하다고 해도 소비자 피해 우려가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대기업들이 소비자의 '눈먼 돈'을 챙겨서 비난 받는 일이야말로 소탐대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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