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해지하면 300달러를 드립니다.' 경기 침체로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카드업체들이 현금선물까지 동원, 불량고객 솎아내기에 나섰다. 미국의 최대 신용카드 업체(구매액 기준)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는 23일(현지시간) 밀린 카드대금을 갚고 신용카드 계좌를 폐쇄할 경우 300달러의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행사를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회사로부터 등록코드가 담긴 우편물을 받은 일반 소매 고객이 카드 해지 의사를 표명한 뒤 사용 대금을 완납할 경우 진행된다. 고객 계좌는 대금 완납과 동시에 자동 폐쇄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카드사의 일반적이지 않은 흐름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카드시장이 추락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가 깊어지고 실업률이 증대하면서 미국에서는 카드대금 납부를 포기하는 고객 비율도 치솟고 있다. 특히 아멕스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주택담보대출 위기 국면이 심각하게 진행된 지역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지난 2년간 경쟁 업체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었다. 카드 분석 기관인 크레디트레이팅의 설립자는 "이는 거대한 패러다임 쉬프트"라며 "앞으로 다른 대형 카드 회사들도 아멕스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평했다. 마이클 티아노 샌들러 오넬앤파이너스의 애널리스트는 "아멕스의 이번 조치는 복수의 카드회사에게 빚을 지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체금 회수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아멕스가 이 같은 '고육지책'을 동원하게 된 이유는 카드사 스스로 고객 수를 줄여서라도 연체율을 낮춰 지급불능(디폴트)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케네스 체놀트 아멕스 회장도 "경쟁 업체들이 고객의 신용 한도를 줄이는 데 대응해 자발적으로 고객 수를 삭감하게 됐다"며 "미래의 추가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자율을 올리고 카드 가입을 위한 우편 발송 등도 자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업체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인센티브를 주면서 카드 계좌 개설을 권유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지난 1월 카드 연체율이 전달보다 0.47%포인트 상승한 3.75%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신용카드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한 상태다. 아멕스가 지급불능(디폴트)으로 간주하는 카드 부도율도 지난 1월 8.29%를 기록하며 전달에 비해 1.29%포인트 치솟았다. 30일 이상 연체된 할부금 비율은 전달 4.86%에서 지난 1월에는 5.28%로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연말 전체 신용카드 부도율은 최악의 경우 11%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멕스는 미 정부로부터 33억9,000만 달러의 구제 자금을 지원 받았으나 소비자 연체율의 증가로 지난해 4ㆍ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했다. 회사 주가 역시 지난해 73%, 올들어 3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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