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폐단은 지나친 자신감이다. 약자들은 자기의 약함을 잘 알므로 매사에 조심한다. 그러나 강자들은 자기의 강함을 잘 알므로 조심하지 않는다. 강자는 자기의 약점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먼저 본다.
지금 이세돌은 상변의 흑을 맹렬히 공격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 거의 따라잡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백2로 두면서 흑의 중원 세력은 거의 다 지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은 있었다. 흑이 11로 선수활용하는 수단이었다.
"전혀 생각을 못했다. 흑대마의 연결 장치가 불확실한 터에 그곳을 흑이 쳐들어올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세돌)
"막상 흑이 쳐들어오니 그 위력이 생각보다 커보입니다. 진작에 그 수단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했어야 했습니다."(양재호)
백2로는 참고도1의 백1에 두는 것이 정착이었다. 흑2면 곱게 3에 받아둔다. 그랬더라면 장차 A에 젖히는 노림수가 남게 되므로 실전과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도 그곳을 둘 기회는 있었다. 백10으로 참고도2의 백1에 두면 흑은 4의 응수가 불가피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비로소 5에 두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실전의 수순 가운데 흑5는 검토실의 지탄을 받았다. 이 수로는 6의 자리에 내려서서 버티는 것이 이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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