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로서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김백선의 개인전은 학고재갤러리서 개최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우리 삶의 선함과 진실됨과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일깨워지고 확인될 수 있는 곳이다. 그것은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진다.” 건축학자인 승효상 씨는 그의 저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를 통해 인간의 삶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축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다. 건축과 도시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이 시대에 건축의 대가 2인이 건축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는 뜻 깊은 전시를 선보인다.
◇건축가 정기용, 도시를 재발견하다=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로 작고 2주기를 맞는 건축가 정기용(1945~2011)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의 건축과 삶을 돌아보는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Archiveㆍ기록보관소)’ 전을 오는 9월 22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정기용이 별세 직전 미술관에 기증한 2만여 점의 자료에 대한 1년여에 걸친 연구를 거쳐 구축한 정기용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자리다. 정기용은 1970년대 초 서울대 미대와 이 대학원 공예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제8대학 도시계획과와 제6건축학교를 나왔다. 이후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해 1978년부터 1985년까지 파리에서 건축 및 인테리어 사무실을 운영했고 1985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기용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200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고 성균관대 석좌교수를 지내면서 문화연대 공공대표,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무주프로젝트’와 같은 지역 공공건물과 학교, 효자동 사랑방, 동숭동 무애빌딩, 영월 구인헌 등의 작업을 통해 건축의 공공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정기용은 “도시 속에 세워진 한 건물 안에는 도시 전체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라며 건축과 장소의 관련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주프로젝트’를 비롯한 그의 대표작들의 구상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그의 건축철학이 형성된 프랑스 유학 시기의 자료, 그가 남긴 글 등을 자세히 소개한다. 전시장 끝에 마련된 ‘정기용의 렉처 룸’이라는 공간에서는 영화감독 정재은이 촬영한 정기용의 생전 강연 영상을 상영한다.
◇김백선, 전통과 현대의 소통에 주목하다=건축가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아트 디렉터로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백선(47)은 오는 17일까지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진다. 작가는 대안공간 루프, 래미안 갤러리 등 미술관 설계를 비롯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아트디렉터(2009~2010), 문화재청 자문위원(2011)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한국 전통미술과 현대인의 감수성을 접목시켜왔다. 제2롯데월드 주거공간도 그가 맡았다.
본관에 걸린 첫 작품 ‘안개’(2012)는 설악산의 고요한 풍경을 흑백으로 찍은 영상으로 바람이 불어 잔잔하게 움직이는 나무를 통해 시간의 흐름, 자연의 변화를 담았다.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 그리고 이를 예술로 조형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은 연속된 4컷의 대나무 사진을 통해 계절의 순환을 그린 ‘대나무 시리즈’(2012)다. 설치 작품 ‘집’은 버려진 재료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작품에 사용된 폐목재는 허물어진 한옥에서 떨어져 나온 소재들이다. 수묵화 2점은 서양의 드로잉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거친 붓질로 굵은 선을 표현했다. 동양화(수묵화)를 전공했던 작가의 이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 위로부터 정기용의 '광주 목화의 집'과 김백선의 '대나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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