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이던 어느 날 오후, 나는 할머니와 함께 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10년,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내 삶을 극적으로 바꿔 놓으며 슈퍼잼을 통해 세계를 누비기에 이르렀다. 10년 전에 만든 12병의 잼은 그 뒤로 태어날 수백만 병의 잼을 예고하는 첫 단추였다." (본문 중에서)
세계적인 천연잼 제조업체 '슈퍼잼'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프레이저 도허티가 자신의 성공담을 담은 책이다. 과일 100%를 자랑하는 슈퍼잼은 영국의 주요 대형마트인 웨이트로즈 전 매장에서 판매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덴마크, 핀란드, 러시아, 호주,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물론, 올해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24살 청년의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비즈니스 철학이 담겨 있다. 프레이저 도허티는 재미 삼아 만들어본 잼에서 사업 가능성이 보이자 16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잼 제조업에 뛰어든다. 정식으로 경영을 배운 적도 없고, 사업적ㆍ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만한 주변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무엇이든 나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했고,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이 될지 정해 주거나 하지 않는" 부모의 정신적 지원을 토대로 자신이 선택한 일에 100% 집중할 수 있었다.
그는 성실한 시장 조사와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사업의 지혜를 하나하나 체득했으며, 이를 통해 "몸에 좋은 잼이라면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을 것"이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특히 슈퍼잼 성공 스토리는 대다수 젊은 벤처 창업자들이 새로운 IT 기술에 집중해 성공한 것과는 달리, 구시대적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성공을 일궜다는 점에서 값진 것이다. 잼 시장은 장기간에 걸쳐 정체돼 있고 소수의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기존 잼의 설탕 함유량은 70~80%로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모든 약점을 극복했다. 도허티는 이러한 한계와 문제점에서 차별성의 가능성을 보았고, 결국 무설탕ㆍ과일 100%의 잼을 개발해 잼 사업의 판도를 바꾸며 지속 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사업체를 일구게 된 것이다.
책은 한 사업가의 성공기인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창업을 하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눈여겨볼 만한 조언이 가득하다. 언론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광고는 어떤 방식으로 꾸려가야 할 것인지, 사업상 멘토를 만나는 것의 중요성과 고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 등 작은 것까지 흥미롭게 기록돼 있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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