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이날 폭스바겐 채터누가 공장의 노동자 1,550명이 지난 사흘간 투표에서 712대626으로 UAW에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폭스바겐을 끌어들여 교두보를 마련하려 했던 UAW의 남부 진출 전략은 수포로 돌아갔다.
상위 노조인 미국 노동조합총연맹(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의장은 "UAW가 근소한 표차로 패했다"며 "일시 후퇴일 뿐 영구적 패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주립대의 넬슨 리첸스테인 노동연구가는 "더 이상 (테네시에서) 노조가 얻을 게 없다"며 "엄밀히 말해 가장 중립적인 지역에서 노조가 완패했다"고 평했다.
UAW는 미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 등 중북부 미시간주를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잇단 감원 등으로 한때 150만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가 최근 40만명까지 급감했다. 막강했던 UAW가 흔들리면서 미국 전체 노동자 수 대비 AFL-CIO 조합원의 비율도 지난 1983년 20%에서 지난해 11.3%로 줄었다. 특히 공기업 부문의 노조원 비율은 35.3%에 달하지만 민간기업은 6.7%에 그치며 심각한 위상저하를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UAW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터전이 된 남부 진출을 시도해왔으나 이들 회사는 아직 단 한 곳도 UAW에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한국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물론 독일 다임러·BMW, 일본 도요타·혼다 등 남부 주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지금까지 모두 UAW 가입을 거부해왔다.
특히 이번 투표 결과는 폭스바겐 경영진과 UAW의 협력 속에 도출된 것이어서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1월 폭스바겐 경영진은 UAW의 노조가입 캠페인에 동의하고 1주 이상 사내에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폭스바겐 경영진이 유럽 기업에서 일반화돼 있는 직원 협의체인 '노동자위원회'가 미 공장에서도 구성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남부 주의 뿌리 깊은 반노조 정서가 UAW의 발목을 잡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빌 해슬램 테네시 주지사와 밥 코커 상원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은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강성 노조 흔들기'에 주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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