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진들은 모두 이영구의 편이 되었다. 대마가 갇힌 약자의 입장에서 활로를 함께 연구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영구와 함께 토끼띠 트리오로 불리는 홍성지와 윤준상은 물론이고 나중에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서봉수, 루이, 김성룡, 양재호 등이 눈에 불을 켜고 활로를 찾아보았다. 먼저 연구된 것이 참고도1의 흑1로 끊어 보는 그림. 이것이면 백은 2로 중앙을 한수 보강해야 한다. 흑3과 5로 우상귀의 백을 공격해 보는 수단이 성립되느냐가 문제인데 백6 이하 12면 그 방면의 백은 너끈히 살아 버린다. 이 코스는 무조건 흑이 진다. 할 수 없이 이영구는 흑85로 붙여 좌하귀의 백진을 깨는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이 수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백94까지의 진행은 필연. 여기서 흑은 한 수 더 들여 좌하귀를 접수해야 하는데 백 2점은 곱게 소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영구는 흑95로 움직여 보는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는데…. "던질 곳을 찾고 있습니다."(홍성지) 홍성지는 참고도2의 백1 이하 11을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흑이 속절없이 잡힌다는 설명과 함께. 그런데 이세돌은 이 코스로 흑을 잡아 버리지 않았다. 백96으로 포위망의 일부를 슬쩍 열어 주는 것이 아닌가. "왜 즉결처분을 안하지?"(윤준상) "키워서 죽일 심산 아닐까?"(김성룡) "뭐 즐기는 거겠지. 혹시 살려 주어도 이긴다는 거드름이기도 하고…."(서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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