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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무능력표준 'NCS' 구축 잰걸음

도입땐 노동-교육 괴리 줄어 취업률 높고 이직률 낮아져<br>정부, 내년 777개 직종 개발·전문대 등 교육과정 개편<br>2017년 채용·인사관리 등에 활용 기업 3,000개로 늘듯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이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NCS를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한 뒤 취업률 100%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사진제공=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


유통업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5)씨는 얼마 전 정신이 번쩍 드는 얘기를 들었다. 한 선배로부터 요즘처럼 취업 경쟁이 치열할 때는 예쁜 외모도 스펙이 된다는 말을 들은 것. 며칠 간 고민하던 이씨는 큰 맘먹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사실 이씨의 스펙이 부족한 건 아니다. 토익 점수는 920점까지 따 놓았고 어학연수도 캐나다로 6개월 동안 갔다왔다. 봉사활동 시간도 800시간까지 확보했고 유통회사들이 많이 보는 유통관리사 자격증은 물론 친화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레크리에이션 자격증도 취득했다. 여기에 관련 업체 아르바이트 경험과 학회장 역임, 예뻐진 외모까지 더하면 이씨가 딴 스펙은 모두 7개에 이른다. 그나마도 학력과 학점을 뺀 숫자다.

이씨와 같은 '스펙 집착'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일반화된 현상이다. 학벌과 학점·토익점수·어학연수·봉사활동 등 8대 스펙은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구직자의 84.4%가 스펙에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처럼 청년들이 스펙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이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정확히 뭘 준비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직무능력이 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직무와 큰 상관이 없는 스펙이라도 많이 쌓아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직무능력과 동떨어져 생기는 비효율은 비단 청년들의 취업 준비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스펙을 많이 요구하는 이유도 지원자들의 직무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일단 스펙 위주로 신입사원을 뽑아놓고 막대한 돈을 들여 재교육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 1인당 평균 5,960만원을 들여 재교육시켰다. 기업에 들어가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공에 따라 일괄적으로 정해지는 임금·승진체계 역시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한다.

결국 능력과 동떨어진 교육·취업준비→능력과 동떨어진 채용 과정→능력과 동떨어진 인사관리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고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다. NCS는 각 산업체에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직무능력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 NCS를 기반으로 학습교재를 만들고 교육과정을 바꾸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 위주 교육이 가능해지고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의 괴리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NCS를 활용해 훈련과정을 개편한 돈보스코직업전문학교는 NCS 도입 이후 취업률 100%(2011년), 96%(2012년)의 높은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취업 후 6개월 안에 이직하는 비율이 2011년 79%에서 지난해 40%로 줄었다.

기업에서 NCS에 따라 신입사원과 직원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능력에 기반을 둔 효율적인 신규 채용과 인사 평가를 할 수 있다. 2010년부터 NCS를 도입한 금속소재 개발업체 현진소재의 정현진 미래교육원장은 "NCS 기반 훈련과정·경력개발제도·인사평가제도를 도입한 후 직원들의 생산성과 사기가 눈에 띄게 올랐고 한 해에도 몇억원씩 들었던 인적자원개발(HRD) 컨설팅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NCS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그러나 10년 동안 개발한 NCS는 전체 777개 직종 가운데 286개에 불과하다. 정부·산업계·노동계 모두 눈에 급한 현안에 치중하느라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이번 정부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능력중심사회 실현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출범 초기부터 NCS 구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가 실현돼야 노동시장과 교육시장 간 고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치가 해소돼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할 수 있고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글로벌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NCS는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정부는 내년까지 NCS 777개 직종 개발을 끝마칠 계획이다. 올해에만 경영기획·기업홍보·보육·방송콘텐츠제작·여행안내 등 250개를 개발했다. 내년에는 신규개발 241개를 비롯해 기존에 개발한 286개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NCS를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NCS 기반 학습교재도 내년 3월까지 55개 직종, 2015년까지 전분야를 완료할 예정이다. 2016년에는 NCS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전문대의 경우 내년 '특성화 전문대 육성사업' 대상에 선정된 70개 전문대의 교육과정 전반을 NCS 중심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용부·교육부·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직업능력개발원 등이 손을 모아 NCS 학습교재 도입은 물론 교원 연수, 시설·장비 등 인프라 구축, 현장실습 모델 개발·실시 등을 지원한다.

또 직업훈련기관이 NCS를 적용해 교육훈련과정 개편하면 국가기간 전략산업직종훈련, 중소기업 핵심직무능력향상 지원 등 4개 정부 사업의 공모심사시 가산점을 줘 NCS 도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에도 NCS 도입이 활성화된다. 고용부는 인재를 뽑을 때 서류전형·필기·면접 등 전형별로 직무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인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을 개발해 올 8월 롯데·NHN·우리은행 등 30개 기업에 보급했다. 2017년에는 이렇게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 위주로 검증하는 채용 과정을 도입한 기업이 3,000개까지 늘어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현장훈련과 재직자 경력개발, 인사·보수제도 등을 NCS에 따라 리모델링해주는 HRD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NCS 개발진, 산업현장 교수 등이 내년 1,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각 기업에 맞는 NCS 기반 HRD 체계를 구축해주고 컨설팅도 해준다.

국가기술자격제도도 NCS에 맞게 정비한다. 올해 396개 종목 중 미장기능사 등 153종목의 출제기준을 손봤다.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종목은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데 올해 화학 분야를 시작으로 내년 3개 분야, 2015년 19개 분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구자길 산업인력공단 직업능력표준실장은 "능력이 배제된 사회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NCS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NCS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기업인 만큼 산업계가 NCS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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