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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75> 아름다운 뒷모습

아름다운 앞모습만큼 뒷모습 역시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죠.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니, 혹시 본인의 뒷모습이 어떤지 알고 계신가요? 사실 우리는 스스로 뒷모습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거울에 비춰보는 건 ‘나’의 앞모습일 뿐입니다. 누군가와 처음 만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첫 만남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건 서로의 앞모습, 더 정확히는 얼굴입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의 내용 자체보다 상대방의 비언어적 행동, 즉 몸짓이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이때도 미소, 손짓, 시선 등 앞모습만 그 범주에 속합니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뒷모습이 어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상대적으로 스스로 뒷모습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은 수도 없이 많은 만남뿐만 아니라 헤어짐도 반복합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이죠. 사랑하는 가족도, 하루에 짧게는 8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까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회사 동료도 예외는 없습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 집에 돌아왔는데 그 친구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스스로를 원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가까운 관계였을수록 후회와 일종의 자책감이 크게 작용하게 됩니다.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어하는 이는 없습니다. 누군가 기억하게 될 나의 ‘마지막 뒷모습’이 아름답지 않다는 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든 일인 셈입니다. 일단 마지막이란 건 뭔가를 바로잡을 만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곁에 없어지고 난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어구가 ‘자리가 난 후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함께 할 때는 되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는데 떠나고 난 후에 그 사람이 해왔던 행동, 말 등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그 실체를 마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얼마 전 ‘땅콩 회항’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대기업은 사건을 축소하고 덮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일삼았습니다. 그러나 애쓴 보람도 없이 결국 진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더 강하게 맞아야만 했죠. 관련 당사자가 사건의 전말을 밝히지 않았다면 그저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당시의 언행이 보도됨으로써 누군가의 뒷모습은 매우 초라해졌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몸담았던 조직 그리고 가족들까지 비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땅콩 회항’으로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그 피해액이 매출 기준 25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1일의 운항정지와 1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나 이로 인한 손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본인은 그럴만하다고 해도 해당 조직에까지 큰 손실을 끼쳤으니, 아름답지 못한 것을 넘어 민폐 수준의 퇴장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살면서 모두가 수많은 처음과 끝을 만납니다. 그중 아름다운 처음과 끝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작고한 시인 이형기 선생은 아름다운 뒷모습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 ’낙화’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는 대목으로 시작합니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되었든 간에 스스로 남긴 흔적들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의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했던 경우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사실은 다친 그 친구도 안 좋은 마지막 모습을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뭐가 되었든 간에 관계는 쌍방향적인 것이니 말입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모르는 사람도 여섯 단계만 건너면 연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깔끔한 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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