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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 수도인 반다르세리베가완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작은 섬 '풀라우 무아라 베사르'. 간척을 통해 인공섬으로 만들어질 이곳에 브루나이 정부는 중국자본을 유치해 대규모 공업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그 프로젝트의 첫발이 될 135억달러 규모의 해상교량 2.8㎞와 접속도로 2.2㎞, 부대시설 공사의 사업관리 컨설팅(PMC)을 따낸 것은 한국 업체들로 구성된 '평화 컨소시엄'이었다. 컨소시엄은 한국도로공사ㆍ평화ENGㆍ삼안ㆍ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등 공기업과 민간업체들로 구성됐다. 도공 관계자는 "이 사업은 도공 입장에서는 공적개발원조(ODA)가 아닌 현지 국가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사업관리(PM)를 맡게 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외수주를 이끌었던 주역은 민간건설업계였다. 누적 해외수주액 5,000억달러를 넘는 수주 금자탑을 쌓았을 만큼 우리 건설업계가 거둬들인 성과는 눈부시다. 문제는 그 같은 성과가 반쪽자리라는 점이다. 대부분 민간 대형건설업체가 수주한 물량인데다 시공 부문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시도 중 하나가 공기업과 민간업체 간 협력 모델이다. 전체적인 사업관리 역량과 자금력이 뛰어난데다 국제적 신인도까지 갖춘 공기업과 기술력이 있는 민간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 PM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가장 큰 장점은 국내건설경기 침체로 고사(枯死) 위기에 놓인 중견건설업계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창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사업소장은 "기술력이 있어도 규모가 작은 엔지니어링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공기업과 이들 업체가 손을 잡으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에 국한된 해외 수주 포트폴리오도 개선할 수 있다. 우리 업계가 PM을 맡게 된 만큼 우리 업체가 수주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송흥권 건설공제조합 중동사무소장은 "중동의 사업방식은 보통 PM업체를 먼저 선정한 뒤 EPC 발주를 한다"며 "우리 업체가 PM을 맡게 되면 공사 수주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공기업의 특징상 해외에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이 어려운데다 정책적 뒷받침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혁찬 해외건설협회 중동건설인프라 수주지원센터장은 "공기업과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성공모델을 만들어 시스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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