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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방사성 동위원소 선도국의 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두려운 대상이 됐지만 방사선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병원에 가면 엑스선 검사를 하고 암 진단과 치료에도 방사선을 이용한다. 식품과 공중보건 제품의 멸균 처리에도, 농작물 품종 개량이나 산업 현장의 배관 누수 확인, 용접 불량 검사에도 방사선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도구다.

세계 방사선 이용 시장은 무척 크다. 방사선은 발생장치나 방사성 동위원소를 통해 얻는데 동위원소는 대부분 원자로를 이용해서 생산한다. 2008년 기준 산업용 동위원소인 코발트-60이 45.6%, 의료용 동위원소 몰리브데늄-99가 25.4%로 두 핵종이 세계 동위원소 시장의 약 70%를 점유했고 그 규모는 약 3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중 코발트-60은 캐나다가 세계 시장을 80% 넘게 점유했으며 몰리브데늄-99는 캐나다ㆍ네덜란드ㆍ남아공ㆍ벨기에 등이 주요 공급국이다.

부산기장 연구로 건설 후 자급길 열려

우리나라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동위원소를 일부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2009년 캐나다 연구로가 가동을 멈추면서 몰리브데늄-99의 공급이 중단돼 국내 암 환자들의 검사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등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의료용 동위원소를 공급하는 각국 연구로가 대부분 가동 40년이 넘은 노후 시설이라 수급 불안은 이후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발트-60 역시 캐나다ㆍ아르헨티나 등이 중수로형 원전에서 생산하지만 설비 노후화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동위원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시장에도 뛰어들기 위해 부산 기장에 신형 연구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이 원자로가 완성되면 의료용 동위원소로 수요가 가장 높은 몰리브데늄-99의 자급자족은 물론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산업용 코발트-60 수요 부족은 해결할 수 없다. 코발트-60은 연구로가 아닌 중수로형 원전에서만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중수로를 4기나 운영하고 있어 코발트-60 대량 생산의 기반을 갖췄다. 사전 연구 결과 국내 생산이 충분히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원자로 설계 변경과 인허가, 작업 절차 변경 등이 필요하지만 충분히 안전하게 해결 가능한 문제다.



원전관련 부처 간 협력 수출길 터야

현재 방사성 동위원소는 캐나다와 영국의 특정 회사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특히 캐나다 노르디온은 연구로에서 몰리브데늄-99를 생산하고 중수로에서 코발트-60을 생산하는 동위원소 공급의 최강자다. 우리나라도 기장 연구로 가동 시점에 맞춰 연구로 생산 동위원소와 중수로 생산 동위원소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업을 만들면 그 아성에 도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 운영을 감독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구용 원자로를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손을 잡아야 한다. 현 정부 국정운영의 기본인 부처 칸막이 제거가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다. 세계적 기업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 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내수는 중소기업 판매망을 활용하면 상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이 합쳐지면 기장 연구로 가동 3~4년 후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 으뜸 국가가 돼 세계인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국내에서는 새로운 일자리와 신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야말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창조경제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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