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기업들은 국회에 제출한 '2013~2017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공공요금을 총괄원가(적정원가+적정투자보수) 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 했다. 5대 공공요금인 전기ㆍ가스ㆍ광역상수도요금과 고속도로통행료ㆍ철도운임의 경우 총수입이 총괄원가의 76~87%(2011년) 수준이라는 분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는 2017년까지 공공요금을 13~24%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한 회계법인에 용역을 줘 분석한 바에 따르면 철도운임ㆍ전기요금을 뺀 나머지 세 가지 요금은 원가보다 4~38% 비쌌다. 따라서 이해당사자인 공기업의 분석만 믿고 요금을 올릴 게 아니라 원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공기업표 원가분석'의 거품을 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많은 공기업들이 정부의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 등을 어겨가며 성과급ㆍ복리후생비 등에 돈을 펑펑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침 등을 위반해도 회수명령 등 강력한 제재를 받는 공기업은 없다. 불이익은 경영평가 성과급 차등지급 정도에 그칠 뿐이다. 이러니 악습이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솜방망이 제재로는 낙하산 기관장이 강력한 공기업 노조에 휘둘리는 것도, 연봉인상 잔치에 편승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촘촘한 규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신뢰할 수 있는 원가분석에 기초한 공공요금 인상이라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기업의 자구노력은 필수다. 성과급 잔치와 공공요금 인상 둘 중에 하나만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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