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이 얼어붙어 종종걸음으로 가다 보니 5분 거리 버스정류장까지 10분이나 걸렸네요”(29ㆍ회사원 나 모씨)
지난 밤 폭설이 내린 뒤 찾아온 강추위에 서울 도심 곳곳이 얼어붙었다. 출근길 시민들이 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으로 몰리면서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가득 찬 반면 주요 도로는 오히려 한산한 모습이었다.
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9도까지 떨어졌다. 전날 서울지역의 적설량은 최고 6.2cm로 주요 도로의 눈은 제거됐지만 골목길 등 이면도로에는 쌓인 눈이 한파로 그대로 얼어붙으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방해했다.
서울시내에서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에 마스크까지 ‘중무장’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원생 박철욱(27)씨는 “평소에 목도리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오늘은 강추위라는 말에 목도리와 장갑을 챙겼지만 아무리 꽁꽁 싸매도 너무 춥다”고 말했다.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릴 것을 염려한 시민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왔다. 서울 은평구에서 강남구로 출근하는 강병양(28)씨는 “지하철이 덜 붐비는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데 오늘은 훨씬 많은 사람들이 타 무척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밤 폭설의 영향으로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지난 31일 하루 13만8,494명이 이용해 개통 이후 최다 이용객을 기록했으며 1일 역시 이 여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직장인들이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출근시간대가 분산되면서 주요 도로는 대체로 정체 없이 한산했다.
추운 날씨에 수도계량기 동파를 걱정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방배동에 살고 있는 방옥자(74ㆍ주부)씨는 “수도계량기가 동파될 까봐 걱정”이라며 “어젯밤에 헌 수건으로 싸놓았지만 자주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수도계량기 동파에 대비해 24시간 상시 기동반을 운영했다. 600여 명으로 구성된 상시 기동반은 동파 발생 시 4시간 이내 교체 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동파 수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파를 막으려면 계량기 보호통 내부를 헌 옷 등으로 채우고 비닐로 차단해야 하며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도꼭지를 조금 틀어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수도계량기나 수도관이 얼었을 때는 50~60도 정도의 따뜻한 물수건을 사용해 주위를 골고루 녹여주면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추위는 오는 3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낮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4일부터 추위가 점차 물러나 주말에는 전국 대부분이 평년의 기온 분포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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