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망각하는 사람들에게 불행은 되풀이됩니다. 역사의 비극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작품을 썼어요.” 종군위안부를 다룬 희곡 ‘특급호텔’을 쓴 미국 작가 라본느 뮬러(62ㆍ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태인 학살을 고발한 건 뉴스였으나 정작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연극 ‘안네의 일기’였다”며 “연극 ‘특급호텔’을 통해 사람들이 위안부의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위안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0년대 초반 일본에 체류하면서 경험한 사건 때문. 우연히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게 됐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냉담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시위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였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이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한 것. 그는 사료를 조사하고 미국에 사는 위안부 가족들을 직접 만나며 집필을 구상했다. “작품을 쓰는 게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보통 1년이면 글을 완성하는데 이 작품은 2년이 넘게 걸렸어요.” 그는 작품 제목도 실제 위안부 막사 이름이었던 ‘특급 호텔’로 정했다. 작품은 미국에서 워크숍 형태로 2차례 시연돼 2001년 보스턴 씨어터 웍스 축제의 반전연극상과 알칸사스 대학 주최 국제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얼마 전 이 작품의 라이선스 공연을 제안한 극단 초인 측에 저작권료 대신 위안부 할머니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지난 20일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동 생활공간인 ‘나눔의 집’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할머니들이 연극 소개를 담은 전단지를 품에 꼭 안으시며 너무 고마워하시더라고요. 그 분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23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가하고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한 뒤 5월 6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연극 ‘특급호텔’은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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