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그동안 고수하던 긴축에서 한발 물러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른바 '플랜B(대안)'가 급부상하고 있다.
과도한 긴축으로 오히려 재정위기가 악화됐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허리띠 조이기에 염증을 낸 국민들이 잇따라 우파정권에 등을 돌리자 EU 및 정치 지도자들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블룸버그통신은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를 인용해 EU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낮춰야 하는 의무이행 시기를 오는 2013년에서 2014년으로 1년 유예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5.3%, 내년에는 3%로 낮춘다는 목표를 유지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스페인 신정부는 앞서 3% 적자 의무율 달성을 내년으로 1년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EU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스페인은 최근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스페인 중앙은행은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지난해 4ㆍ4분기 -0.3% 성장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공식적인 경기침체(리세션)에 진입했다. 26일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 강등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도 EU가 회원국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13년부터 3%로 의무화하기로 한 합의를 연기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9일 유럽 정치인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권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긴축 일변도의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그동안 집권해온 우파정권이 잇따라 퇴진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덴마크에서 10년 만에 우파정권이 물러났으며 최근 네덜란드와 루마니아에서도 중도우파정권이 퇴진했다. 프랑스는 오는 5월6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표의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같은 날 열리는 그리스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은 정권교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유럽 우파 연대의 선봉장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요구하는 성장은 긴축정책과 나란히 우리 정책의 두번째 축이 돼왔다"면서 긴축을 강조하던 당초 입장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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