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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언론들은 요즘 중국의 젊은이들을 '망란(茫然ㆍ망연) 세대'라고 부른다. 절망적인 경제적 상황에 압도돼 희망을 갖지 못하고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주요국중 유일하게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에서 왜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에다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고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제 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같은 화려한 경제 성적표는 대다수 인민에게 삶의 향상과 복지 혜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지난 80년대부터 외동 자식으로 태어나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사회 초년생이 돼있는 20대 젊은이들 상당 수는 취업난에다 급등하는 집값에 신음하고 있다. 2년전 베이징 동부 외곽의 20평(한국 기준) 남짓한 원룸 아파트를 105만위안(1억7,745만원)에 구입한 아이휘신(28)씨. 베이징의 한 신문사 편집국에 일하고 있는 아이씨는 아파트 살때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25년간 매월 3,700위안을 내야 한다. 그는 "6,000원 남짓한 월급에서 주택 원리금을 내느라 지난 2년간 한푼도 모으지 못했다"고 탄식한다. 하루하루 연명하기 빠듯하다 보니 결혼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하객 100명 정도의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6만위안 안팎인데 이 돈을 모으기가 까마득하다. 아이씨는 "집 대출금 상환에다 결혼, 의료비 문제, 장래 아이들 교육비 등을 생각하니 해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아이씨의 월급 6,000원은 비슷한 또래 나이의 젊은이들 중에서 나은 편이다. 지난해 인력정보회사인 자오핀닷컴이 80년대에 태어난 5,600명을 대상으로 월급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41%가 1,500~3,000위안으로 가장 많았고 23%는 1,500위안 미만이었다. 22%가 3,000~5,000위안 수준이었다. 부모나 본인이 지방에서 올라와 베이징 호구가 없는 이주민들은 베이징시 정부로부터 자녀 교육이나 의료 지원 등 사회 복지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한다. 중국은 아직까지 중앙 정부 단위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지방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은 교육에서부터 의료비 지출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베이징 호구가 없는 이들은 자식을 웬만한 베이징 소재 초ㆍ중ㆍ고에 보내려면 한국 돈으로 한 학기에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학비를 내야한다. 의료보험도 없기 때문에 감기 한번 걸려 병원에 가면 보통 7~8만원이 든다. 그래서 일반 중국 서민들은 웬만해선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견디거나 약국에 가서 약을 타먹는다. 중국 정부는 농촌 인력의 급격한 도시 유입을 막기 위해 이같은 호구 제도를 통해 이주민에게 차별적인 불이익을 부과해 왔다. 대신 농촌, 농민, 농업 등 이른바 3농에 대한 정부 투자확대를 통해 농촌 자체의 발전을 유도해 왔지만 도농의 경제적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중국 정부도 호구 제도를 통한 도농 분리 정책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도시와 농촌의 통합 발전을 강화하는 쪽을 방향을 틀고 있다. 기존에는 농촌을 현대화시켜 농민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정책 방향이었다면 향후는 이와 더불어 농민의 도시 유입을 본격화시켜 농촌의 저소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주민들도 호구, 교육, 의료 등에 있어 도시 주민이 받는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 초년부터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 젊은 망란 세대는 아버지 세대로부터는 너무 물질적 풍조에 만연돼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지난 66~76년의 문화대혁명을 겪었던 50~60대의 나이 든 사람들은 이들 20대의 젊은 세대들이 물질주의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베이징의 한 미디어회사 최고경영자인 지시아오펑(58)씨는 "(20대인) 내 아들 세대는 꿈과 열정이 없는 세대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문혁 시절 이상 사회 건설을 위해 친구들과 미얀마 게릴라 부대에 참가해 공산당을 위해 싸우자고 논의하는 등 열정이 있었지만 젊은 세대는 이렇다 할 이상과 목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젊은이는 중국이 30년의 빗장을 풀고 개혁ㆍ개방으로 선회하면서 태어나기 시작했던 세대들이다. 개혁ㆍ개방으로 서구식 사고방식과 첨단 제품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시나브로 정신 세계보다는 물질주의에 빠져들었다는 얘기다. 모 여행사에 다니는 28세의 티안티안씨는 자신 봉급의 절반을 유명 브랜드의 바지와 티셔츠, 운동화를 사는데 쓴다. 이들 젊은 세대가 물질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중요한 것은 중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이끌어 나갈 이들 젊은이들이 천정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다 정부의 사회복지 시스템 부재 속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중국신문주간은 최근 커버 스토리로 '중산층의 붕괴'를 싣고 중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가속화하며 경제의 근간인 중산층이 허물어져 가고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소득분배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 83년 0.28이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 값을 취하는데 그 값이 작을수록 분배가 평등하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가장 평등한 북유럽 나라들의 지니계수가 0.25 수준이니 중국은 과거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개혁ㆍ개방으로 88년 0.38로 늘어나더니 2005년에는 0.45로 급등했고 최근에는 0.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양극화로 악명이 높은 미국을 능가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중국은 지난해 8.7%의 놀라운 고속 성장을 일구어 냈다. 그렇다면 고속 성장의 혜택은 누구에 돌아갔을까. 지난해 성장률 기여도의 90%가 정부가 이끄는 투자로 이루어졌고 이중 대부분이 고속도로, 철도 등 기반 인프라를 포함한 부동산 투자다. 정부는 소유하고 있는 땅을 팔아 이득을 챙기고 부동산 시행업자와 개발업자는 이들 땅을 고가게 매입해 건물을 지은 다음, 더욱 더 높은 고가에 개인들에게 분양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지난해 정부의 토지 매각대금과 부동산 개발업자의 순익이 사상 최대치를 보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이 안정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복지 시스템 구축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시급하고 도농, 중앙ㆍ지방정부간 분절돼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국가 차원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중국 정책 당국자는 성장률 8% 달성이라는 성장 신화에 집착한 나머지 갈수록 분열화하고 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사회 통합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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