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폭 해제했다. 개발과 고도 성장기에 늘어나기만 하던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제 전 국토 면적의 0.2%인 10만188㎢만 남게 됐다.
국토부는 토지거래 규제를 푸는 방법으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거래를 증가시켜 지방세수 증대나 지역개발사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토지거래 규제 세제는 주민 고통은 아랑곳없이 가격 폭등기에 도입된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토지 취득 단계 규제는 풀면서 양도 단계에서 세금을 강화해 거래를 묶는 정책은 상호 모순이다. 이런 정책 부조화를 바로잡는 게 진정한 규제 완화다.
땅값 안정기 양도세 중과는 비정상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관계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규제 완화라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규제 완화에 국정운영의 명운을 걸었다. 대통령은 규제 완화에 발 벗고 나섰지만 지난해 정기국회에선 적용이 유예돼 있던 토지거래 규제 세제를 뚜렷한 이유 없이 부활하는 세법 개정이 있었다. 그 내용은 비사업용 토지 양도에 대해 누진세율에 10%포인트를 가산한 최고 48%의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배제하는 것이다.
이런 토지거래 규제 세제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역행하는 과잉 규제다. 전국의 땅값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0.32% 하락했고 2009년 0.96%, 2010년 1.05%, 2011년 1.17%, 2012년 0.96%, 지난해 1.3%로 상승했다. 전국 지가상승률은 5년째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 안팎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인 투기억제 세제 도입은 과잉 규제다. 다만 국지적인 토지투기는 해당 지역에 한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해 취득 시 거래계약을 허가받게 하고 소득세법상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양도 시 투기억제 세제를 적용, 양도세를 중과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말끝마다 민생을 외치는 국회가 현실과 동떨어진 전국적인 규제 세제를 도입해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건 곤란하다.
토지거래 규제 세제는 농어촌 주민과 지자체에 집중적으로 불이익을 안긴다. 특히 지방 농지와 임야가 비사업용 토지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에 지방의 토지거래가 어렵다.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경제와 지자체 재정을 더욱 침체시키고 농어촌 주민의 경제적 고통을 가중시킨다. 또한 기업의 토지 취득 원가를 높이고 사업용 토지 확보를 가로막아 기업의 투자를 어렵게 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박 대통령도 기업의 투자를 어렵게 하는 이런 세금 규제를 풀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활성화 위해 세법 개정 시급
지금은 토지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 있기 때문에 토지가격 폭등기에 투기억제 목적으로 도입된 거래 규제 세제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토지거래 규제 세제의 적용 대상 토지를 전국 모든 토지로 확대할 게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에서 그 적용 대상 토지를 대폭 축소하는 게 마땅하다. 즉 토지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에 한해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정지역 내에 소재하는 비사업용 토지를 양도하는 경우 토지거래 규제 세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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